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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왕비명의 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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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7화

바보는 땅에 엎드리더니 큰 절을 하였다. “일개 초민이 왕야를 뵙습니다!” 우문호는 그에게 절을 하라고 시킨 자가 포도대장임을 확신하고 포도대장을 노려보았다. 우문호와 눈이 마주친 포도대장은 고개를 숙인 채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문호는 바보에게 최대한 온화한 표정으로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석(石)이!” 바보는 입을 헤 벌리고 웃으며 우문호를 쳐다보았다. 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종권(宗卷)을 펼치더니“우자양(牛子陽)의 집을 아느냐?” 라고 물었다. 석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혀를 끌끌 찼다. “알아. 죽어 다 죽어. 많아 피가 많아.”라고 말했다. “그 날 무엇을 보았느냐?” 우문호가 되물었다. 석이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봤지. 아주 긴 보검(寶劍)을 가지고 들어가는 걸 봤지, 엄청 무서워! 내가 그 사람을 한 번 쓱 봤더니 그 사람도 나를 쓱 봤지.”라고 말했다. “그래서 네가 그 사람을 따라갔느냐?” 우문호가 물었다. “무서워 안 가. 왜 따라가! 그 사람 칼이 엄청 길어.” 석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얼마나 길어?” 석이는 양팔을 쭉 펴더니 “이만큼!”이라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칼이 일장(一丈) 정도 된다는 건데, 그만큼 긴 칼은 있을 수가 없었다. “헛소리하지 마! 세상에 그렇게 긴 칼이 어디 있어?” 포도대장은 화가 나서 말했다. “진짜!”석이는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쿵쿵 치며“정말 길어! 나만 본 게 아니야 걔도 봤어.”라고 말했다. “걔? 걔가 누구냐? 그자는 어디에 있어?” 우문호의 눈이 반짝였다. “개는 이부귀(李福貴)네 집 개야.”석이가 말했다. 우문호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걔가 아니라 개라고…….” “근데 그 개는 봤어! 칼이 그렇게 길었는데 개는 안 무섭나 봐! 쫓아갔어!” 석이는 개가 쫓아가는 모습을 흉내 냈다. “또 뭘 봤어? 그 사람이 나가는 모습도 봤어?” 보좌관이 석이에게 물었다. 석이는 고개를 저으며 “못 봤어, 그리고 그림자만 쓱 지나갔어.”라고 말했다. 보좌관은 한숨을 내쉬며 “왕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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