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01화
“회왕은 정말 재수도 없지.” 원경릉은 이 말을 마치고 시원하게 재채기를 했다.
“속옷도 다 젖었을 텐데 왜 벗지 않아?” 우문호가 찝찝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원경릉은 코를 비비며 “됐어. 마차 안에서 벗기 불편해. 곧 도착할텐데 뭐.”
“왜 내외하고 그래? 서로 볼거 다 봤으면서.”
“나도 네가 보는거 아무 감흥 없어.” 어쨌든 이 몸은 원주(原主)것이니까 주의하는 것일 뿐이다.
우문호는 흥 하며 눈을 감았다.
“나 약간 토 할 것 같아.” 원경릉은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졌다. “갑자기 그 호수에 빠졌을 때 맡았던 꼬릿꼬릿한 냄새가 나.”
원경릉이 호수 바닥에서 발버둥칠 때, 호숫물과 함께 진흙도 같이 입으로 들어왔는데 그때의 그 냄새가 났다. 아마 주명취도 적지 않게 마셨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주명취는 참 대단한 것 같다. 원경릉을 모함하기 위해서 죽음도 무릅쓰지 않는구나.
우문호는 자신의 어깨를 툭툭 치며 “여기 기대서 좀 쉬어.”라고 말했다.
무뚝뚝하던 그가 이렇게 자상하게 행동할 때마다 원경릉은 당황해서 뚝딱거렸다. 그러나 덜컹거리는 마차에서 누군가에게 기대어 눈을 감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고마워.”
머리를 천천히 기대려고 하는데 갑자기 우문호가 휙 몸을 숙이는 바람에 원경릉이 바닥에 머리를 찧었다.
“그러게 누가 아까 내 목덜미를 깨물랬어?”우문호의 한쪽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원경릉은 부딪힌 머리를 손으로 비비며 몸을 일으키며 우문호를 보았다.
“어휴 쪼잔하게 진짜!”
사람이 어쩜 이렇게 못됐을까?
“원수는 반드시 갚는다. 받은 만큼 꼭 돌려준다.”우문호가 말했다.
아까 물에 빠졌을 때, 주명취가 계속 머리를 짓눌렀고, 지금은 우문호의 꾀에 넘어가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고 오늘 뇌세포가 얼마나 죽었는지 모르겠다.
우문호는 그녀가 계속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고 있는 것을 보고, 그녀가 머리를 다쳤다는 것이 생각이 났다. 놀란 그는 그녀의 머리를 잡아 당겨 자신의 허벅지에 눕히더니 “어디 상처 좀 보자.”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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