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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장 집으로 돌아가자

성시연은 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니면... 관둘까? 안 볼래.” 이연아는 하마터면 화가 나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보지 않으면 없던 일로 할 수 있어? 대답하지 않은 척할 수 있어? 넌 머리가 잘못 됐나 봐. 빨리 봐, 아니면 내가 대신 봐줄게.” 성시연은 이연아의 협박에 머뭇거리며 휴대폰을. 숨을 죽이고 떨리는 가슴을 참으며 가까스로 문자 내용을 보던 성시연의 표정에는 놀라운 기색이 역력했는데 문자 내용이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강찬우: 응. 나 지금 회의 중이야.] 이연아는 턱을 만지며 말했다. “내가 보기엔 ‘응’이라고 한 건 너의 질문에 대한 대답일 거야. 너와 몸을 섞었고 녹음 파일에서 한 말도 진심이라는 뜻이야. 회의 중이라는 말은 지금 아주 바쁘다는 게 틀림없어. 내가 말했는데도 믿지 않았지? 축하해, 짝사랑했던 남신과 연애하게 됐네.” 성시연은 창밖의 뜨거운 태양을 바라보았는데 그녀의 표정은 어젯밤 술기운이 가시지 않은 것처럼 멍해 있었다. “함부로 말하지 마. 그럴 수 없어... 그저 바빠서 날 대처할 겨를이 없다는 말이야. 이 일은 더는 언급하지 마. 나를 신경 쓰지 말고 넌 그냥 일 보고 있어.” 이연아는 그제야 농담을 거두어들이며 말했다. “알았어. 난 일해야겠으니 너 혼자 놀아. 일이 끝나면 함께 밥 먹으러 가.” 기다리다가 지친 성시연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 기대 잠들었다. 이연아는 에어컨 온도를 높여주며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녀의 손에 꼭 쥔 휴대폰을 보며 이연아는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랑하지 말아야 할 남자를 사랑하게 된 건 고통일까? 아니면 행운일까? 어둠이 깔리자 이연아는 그제야 일을 마무리하고는 성시연을 깨웠다. 방금 깨어나서 어리둥절했던 성시연은 어두워진 창밖을 보고 일어서서 기지개를 켰다. “배고파, 밥 먹으러 가.” 이연아는 눈을 깜빡거렸다. “꼬치가 맛있는 집을 아는데 마침 복잡한 골목 안에 있어 넌 운전하지 마. 내가 데려다줄게. 네 차는 너무 비싸.” 성시연도 그녀의 의견을 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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