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6장 얼빠진 사람
김민기는 그녀의 눈에 보이는 결단을 보고도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내가 너와 네 엄마에게 미안하다는 것을 알아. 나는 이미 잘못을 알았고 최선을 다해 보상할 거야. 이 세상에서 너는 가족이라고는 오직 나랑 네 여동생 둘 뿐인데 동생이 죽는 것을 지켜보기만 할 거야?”
성시연은 차갑게 웃었다.
“지켜보기만 하다니요? 당신들은 저에게 낯선 사람이에요. 엄마가 죽어 가는 걸 볼 때 제가 얼마나 절망했는지 알아요?”
“김민기 씨, 애초에 그렇게 가버리면 됐지 왜 엄마한테 돌아올 거라고 거짓말했어요? 왜 엄마가 희망을 품게 하고 결국 절망만 안고 혼자 죽게 했어요? 당신 딸이 아프지 않았다면 평생 날 찾을 생각을 못 했겠죠.”
성시연은 그가 변명할 줄 알았다. 거짓말을 해서라도 그 자신을 속일 줄 알았는데 그는 결국 침묵했다. 그의 딸이 아파서 그녀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묵인한 셈이다.
모든 인내가 이 순간 폭발한 성시연은 차갑게 경고하며 일어섰다.
“당신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으니 앞으로 다시 나를 찾지 마세요. 나는 이 세상에 당신이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
말을 마친 그녀는 몸을 돌려 떠났다.
두 발자국도 가기 전에 김민기가 갑자기 그녀를 불렀다.
“시연아, 그냥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될까? 내가 없었다면 너도 없었을 거야. 내가 너에게 생명을 줬어. 나는 너의 친아버지야. 지금 네가 이 목숨을 나에게 돌려준다고 생각해. 알겠지? 앞으로는 귀찮게 하지 않을게... 하물며 신장 하나뿐인데 너한테도 영향이 크지 않잖아.”
성시연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그녀는 그의 뻔뻔함에 충격을 받고 천천히 돌아서서 눈앞에 있는 위선자를 바라보았다.
“나에게 말한 그 목숨이라는 것이 당신이 우리 엄마의 감정을 속이는 동시에 일어난 사고 말인가요? 아니면 제가 강도를 만났을 때 우연히 저를 구해준 걸 말하나요?”
“웃기지 말아요. 내 목숨은 우리 엄마가 준 것이고 강씨 가문이 준 거예요.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없어요. 제가 강도를 만났을 때 당신이 나타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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