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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장 아직도 모자라

그를 내려다보는 강찬우의 눈에서 아무런 감정도 읽을 수 없었다. 아침 안개에 둘러싸인 그의 모습은 얼핏 하늘에서 강림한 구세주 같기도 했다. “아직도 모자라?” 두 입술 사이에서 얼음장같이 차가운 말이 나왔다. 성시연은 흠칫 놀라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빠의 눈에 내가 장난하는 것처럼 보이나?’ 그녀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전해져 오는 아픔을 참으며 몸을 일으켰다. “저 지금 장난하는 게...”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찬우가 짜증 가득한 말투로 그녀의 말을 끊어버렸다. “듣고 싶지 않아. 그리고 여기서 널 보고 싶지도 않으니까 얼른 가!” 성시연은 돌연 눈시울이 붉어지며 다급히 그의 옷깃을 잡으며 말했다. “제발요, 1분이면 돼요. 전 그냥 찬우 씨한테 사실대로 말해주고 싶어요...” 그녀는 지금 이 순간 자기 자신이 얼마나 비참한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혹은 줄곧 이런 관계에 익숙해졌을 지도 모른다. 강찬우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듯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랑 더 이상 할 말없고 너한테 관심도 없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말할게, 여기서 널 보고싶지 않으니까 얼른 꺼져!” 말을 끝내자마자 강찬우는 1초도 못 버티겠는지 바로 자리를 떠났다. 성시연은 그를 쫓아가려 했지만 밤새 앉아있던 탓에 다리가 저려 힘없이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는 넘어지며 손바닥이 거친 지면에 긁혀 살이 벗겨지는 고통이 전해졌다. 그녀가 넘어지는 소리에 강찬우는 순간 멈칫했지만 결국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자기를 만나러 왔으니 자기의 말을 들어줄 거라 생각했지만 그는 결국 질척거리는 그녀를 매몰차게 밀어냈을 뿐이다. 어떤 남자가 여자랑 좋은 밤을 보내고 있을 때 방해받는 걸 좋아할까? 어젯밤 다른 여자와 부둥켜안고 있는 모습만 생각하면 성시연은 몸에 힘이 풀리고 가슴에 비수가 꽂히는 듯했다. 이윽고 머나먼 지평선 안개 뒤에서 태양이 어렴풋이 모습을 드러내며 강렬한 빛으로 어둠을 물리쳤다. 햇빛은 얇은 안개를 뚫고 만물이 어둠에서 모습을 드러내게 했다. 성시연은 햇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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