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장
양정우와 하서인은 우리가 바라보는 것을 보고는 즐겁게 손을 흔들었다.
지경은 어쩐지 마음이 시큰했다.
"나는, 그게... 여진이가 나랑 헤어지재."
솔직히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다.
정여진은 딱 봐도 꿍꿍이속이 있는 여자라, 그냥 단순히 지경이와 사귀려는 것이 아니었다.
"지경아, 형이 한 마디 충고하는데, 세상에 널린 게 여자야. 그러니 정여진 하나에 너무 매달리지 마.”
나는 그의 어깨를 다독여 주었다.
지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은 쉽지. 그녀는 어쨌든 내가 처음으로 반한 여자야."
"참."
지경이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강효수, 너 예전에 유추영을 그렇게 좋아했으면서 어떻게 포기했어?”
그는 내가 침실에서 유추영을 언급할 때마다 연애에 푹 빠진 티를 냈던 것을 기억했다.
그때 애들 모두가 나를 축복해 주었으며, 유추영이 쓰레기 남인 한우현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에게 포기하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나는 그 일 때문에 애들과 한바탕 말다툼을 벌였고, 또다시 유추영을 헐뜯으면 모두와 절교하겠다고 말했었다.
그러다 하룻밤 사이에 마치 사람이 변한 것처럼 유추영을 더 이상 애지중지하지 않았다.
나는 두 눈을 차갑게 빛내며 농담하듯 말했다.
"한 번 죽어봐서 쉽게 체념했어."
지경이 진진한 내 표정을 보고 흠칫 놀랐다.
제정신을 차린 그가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야, 나는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야!"
"그러니 놀리지 말아줄래?"
양정우와 하서인이 때마침 돌아왔다.
"누가 너를 속였어?"
지경이 곧바로 고자질했다.
"내가 강효수에게 어떻게 실연의 상처에서 벗어났느냐고 물었더니, 얘가 자기가 한번 죽어봤기 때문에 쉽게 체념했다고 말했어! 이거 지금 나 놀리는 거지?”
"하하하, 강효수 너 정말 농담도 잘하는구나."
하서인이 배를 움켜쥐고 웃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아이참,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지를 않네.’
우리는 밥을 먹고 난 뒤, 호텔 안을 두어 바퀴 돌며 소화하고 나서야 방으로 돌아가 씻고 쉬었다.
그 뒤 이틀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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