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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이 소리를 들은 강서준은 손을 거뒀다. 그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빨개진 김지우의 얼굴을 살폈다. 체온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병원에 가자. 내가 운전할게.” 강서준과 강하늘은 함께 김지우를 병원에 데려갔다. 2층 침실. 강다인은 침대에 누워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저녁 내내 그녀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악몽을 꿨다. 다음 날, 그녀의 핸드폰이 계속해서 올렸다. 미간을 찌푸린 채 확인을 해보니 SNS 메시지 알림이었다. 확인해 보니 대부분이 욕설이었다. 그녀는 이런 욕설들이 전혀 낯설지 않았다. 어젯밤 김지우를 물에 빠뜨린 장면이 누군가에 의해 캠퍼스 포럼에 올라갔던 것이다. 김지우는 학교에서 인기가 높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분노에 차서 그녀를 욕하고 있었다. 안 그래도 아프던 머리는 더 터질 듯이 아팠다. 그래도 그녀는 직접 나서서 그들과 대치하며 싸웠다. 포럼 게시물의 댓글 수는 순식간에 수천 개로 늘어났다. 관리자가 포럼이 해킹된 줄 알고 식겁했을 정도였다. 험한 말로 메시지를 작성하고 난 강다인은 핸드폰을 내던지고 다시 누웠다. 어차피 이제 집안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가 없으니 평판을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그녀는 이제 전생처럼 비참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도우미가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가씨, 학교 갈 시간입니다. 지각하겠어요.” ‘응?’ 강다인은 이제야 오늘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이 떠올랐다. 그녀는 찬물로 세수를 하며 정신을 차렸다. 집안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학업을 무사히 마치고 멀리 떨어져 있는 대학교에 가야 했다. 그녀는 교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든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마침 강서준과 강하늘이 밖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강서준은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 있는 것을 보고 곧장 다가가 습관적으로 이마에 손을 대어 열을 재려고 했다. 하지만 강다인은 한 걸음 물러서며 그의 손을 피하고 식탁 앞에 앉았다. 그녀는 배불리 먹어야 빨리 회복할 수 있었다. 그래야 공부에 집중해 운성대학교에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강서준의 손은 공중에서 멈췄다. 그는 당황스러워하며 손을 내렸다. 강하늘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이거 봐, 내가 배은망덕한 애라고 했잖아. 주제에 몸도 소처럼 튼튼해. 약한 지우랑은 완전히 달라. 우리 지우는 누구 때문에 감기 걸려서 시름시름 앓고 있는데, 누구는 멀쩡히 밥이나 처먹고 있네.” 강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강다인의 몸이 튼튼한 건 사실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식탁으로 걸어갔다. “지우가 많이 아파. 요즘 학교에서 잘 챙겨줘, 알았지? 지우가 아픈 건 네 책임이야. 회복할 때까지 네가 책임져.” 그는 강다인이 점점 잘못된 길로 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제 더는 그녀를 예전처럼 애지중지하지 않기로 했다. 만약 강다인이 은혜를 모른다면, 그에게 그녀가 그것을 배울 수 있게 강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강하늘도 말을 덧붙였다. “지우 아버지가 네 목숨을 구해줬어. 그런데 넌 지우를 죽이려고 했고. 지우를 돌보는 건 네 책임이야. 그것만이 속죄하는 길이라는 걸 알아둬.” 강다인은 고개를 숙이고 아침 식사를 했다. 비록 식욕은 없었지만 억지로 먹고 있었다. 이제 수능까지 100일도 남지 않았다. 시험이 끝나면 그녀는 집에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강하늘은 그녀의 무심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젓가락을 빼앗으며 말했다. “내가 말하고 있잖아! 귀 멀었어?!” 강다인은 이제야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에는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겼다. 강하늘은 단호하게 명령했다. “지우가 약 먹을 때는 따뜻한 물을 떠줘. 그리고 점심에는 네가 대신 급식실에 가서 밥을 챙겨줘, 식지 않게 뛰어서. 지우가 화장실에 가기 불편해하면 네가 꼭 같이 가줘. 지우 아버지는 네 생명의 은인이야. 이건 다 네가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야. 알아들었어?” 강다인은 차갑게 말했다. “응.” 그러나 그녀는 그 말을 따를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무표정하게 별장을 나서며 하늘을 올려다보고 억지로 눈물을 참았다. 두 번째는 슬프지 않을 줄 알았다. 하지만 강하늘의 말을 들을 때 그녀의 심장은 여전히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팠다. 그녀는 감기에 걸렸던 어릴 적을 기억하고 있었다. 강서준은 그녀에게 약을 먹이기 위해 농담까지 해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약하고 쉽게 아픈 김지우에게 모든 관심이 갔다. 그녀는 열이 나도 혼자 견뎌야 했다. 강다인은 목구멍의 쓰라림을 삼키며 차에 올랐다. 그녀는 눈을 감고 잠시 쉬었다. ‘조금만 더 참자. 이제 100일도 남지 않았어.’ 그녀는 학교에 도착해서 곧바로 3학년 교실로 갔다. 그녀가 들어가자, 원래 시끌벅적하던 교실이 고요해졌다. 방금 그녀가 캠퍼스 게시판에서 싸운 일이 소문으로 퍼지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강다인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건 아닌지 의심했다. “강다인은 무슨 충격을 받아서 자포자기하는 걸까?” “자포자기가 아니라 이제야 본모습을 드러낸 거겠지. 난 전부터 쟤가 착한 척한다고 생각해.” 강다인은 전부 듣고 있었다. 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녀는 가방을 내려놓고 바로 책상에 엎드려 잠을 잤다. 아침 내내, 강다인은 잠만 잤다. 점심시간이 되자 김지우가 교실로 왔다. 김지우의 손에는 여전히 링거가 꽂혀 있었다. 그녀가 나타나자마자 동정과 관심이 한데 모였다. 강다인은 미간을 찌푸리며 자세를 바꾸고 계속 잠을 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그녀의 책상을 세게 쳤다. 그녀는 짜증이 나서 고개를 들었다. 검은 눈동자는 분노로 물들어 있었다. 그녀의 앞에는 김지우가 서 있었고, 그 옆에는 짜증 난 표정을 짓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강다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둘은 김지우의 똘마니로 평소 그녀를 괴롭히는 걸 낙으로 생각한다. 때로는 증거를 조작해 오빠들에게 고자질하기도 했다. 이때 김지우가 약하게 말했다. “언니, 점심에 뭐 먹고 싶어? 내가 대신 받아줄게. 제발 화 풀어주면 안 돼?” 강다인은 차갑게 대답했다. “필요 없어.” 똘마니 1호가 화를 내며 말했다. “강다인, 네가 그렇게 나오면 안 되지! 지우는 환자야!” “맞아! 너도 양심이 있으면 지우를 좀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지유가 아픈 것도 다 너 때문이잖아.” 김지우는 약하게 기침 두 번을 하며 말했다. “너희들 그러지 마. 나는 혼자서도 괜찮아. 예전에도 항상 혼자였어. 더 말하지 마, 언니 화낼까 봐 무서워.” “지우 넌 너무 착해서 탈이야.” 강다인은 점점 더 짜증이 나서 교실에서 나가려고 일어섰다. 김지우는 무슨 생각인지 정신없이 달려들었고 그 힘에 링거를 지탱하던 스탠드가 넘어졌다. 결국 링거병은 바닥에 떨어지며 깨졌고 김지우는 그 위로 넘어졌다. 강다인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일이었다. 교실은 혼란에 빠졌다. 강다인은 시끄러움에 머리가 아팠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 했지만, 갑자기 눈앞이 어두워지며 그대로 기절했다. 강다인이 깨어났을 때, 코에는 소독약 냄새가 났다. ‘여긴 학교 보건실인가?’ “체온이 39도야. 내장을 익히고 싶어서 해열제도 안 먹고 있었어?” 강다인은 고개를 돌려서 가운을 입은 한 남자를 보았다. 키가 훤칠한 남자는 마스크 위로 매서운 눈매를 드러냈다. 상대는 다름 아닌 학교에 새로 온 보건 교사 이석훈이었다. 그는 하도 잘생겨서 많은 여학생의 관심을 받고 있었다. 물론 듣다시피 말을 듣기 좋게 하는 타입은 아니었다. 이석훈은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났다. 강다인은 이제야 살 것 같아져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아마 링거 덕분인 듯했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 이제 가도 될까요?” “보호자가 올 때까지 기다려. 길에서 죽으면 난 책임지기 싫어.” 이석훈은 의자에 앉아서 여유롭게 말했다. 역시 독설가의 입담은 남달랐다. 강다인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저한테는 보호자가 없...” 그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밖에서 강하늘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우야, 괜찮아? 어쩌다 이렇게 심하게 다쳤어?” “오빠, 저는 그냥 살짝 다친 것뿐이에요. 다인 언니를 탓하지 말아 주세요. 언니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라, 제가 조심하지 못해서 링거 스탠드를 넘어뜨린 거예요.” 똘마니 1호가 거들며 말했다. “아니에요! 지우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강다인이 멋대로 지우를 넘어뜨렸어요. 저희가 산증인이에요!” 똘마니 2호도 맞장구쳤다. “맞아요. 지우는 아픈 몸으로 강다인 밥까지 챙기려고 했는데, 강다인은 지우를 넘어뜨리기나 했어요.” 강하늘은 그 말을 듣고 분노가 타올랐다. 그는 화를 억누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강다인 어디 있어? 당장 나와! 감히 아픈 지우를 부려 먹어? 그때 그냥 사고로 죽게 내버려둬야 했어. 은인의 딸한테 보답하지는 못할망정 괴롭히기나 해?” 이 말을 듣고 강다인은 입꼬리를 올려 비웃었다. 역시 전생과 똑같이 김지우가 하는 말은 무엇이든 사실이 되었다. 다음 순간, 강다인 옆의 커튼이 힘차게 열렸다. 힘겹게 고개를 든 강다인은 창백한 얼굴로 심하게 병약해진 상태였다. “강다인, 너...” 그녀의 모습을 보며 강하늘은 남은 말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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