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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강다인, 아직도 잘못한 걸 모르겠어?” 강다인은 코와 입에 자꾸 물이 들어와서 죽을 것만 같았다. 죽기 직전 눈을 뜨니 수영장 밖에 서 있는 둘째 오빠 강서준이 보였다. 곁에는 김지우를 안고 있는 넷째 오빠 강하늘이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의아함이 스쳤다. 어쩐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장면이었다. ‘나 죽은 게 아닌가? 혹시 3년 전 김지우가 우리 집안 수양딸이 된 날로 환생한 건가?’ 연회에서 김지우는 일부러 강다인을 모함했다. 사람들은 그녀가 김지우를 수영장으로 밀었다고 생각했다. 김지우를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은 강하늘이다. 하지만 그는 김지우만 구해주고 수영할 줄 모르는 그녀를 그대로 방치했다. 강서준은 그런 그녀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사과하지 않으면 이대로 죽도록 내버려둘 모양이었다. 전생의 그녀는 잘못했다고 빌고,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렇게 죽기 직전에 이르러서야 겨우 건져졌다. 이후 트라우마가 생긴 그녀는 김지우를 건드리지 못했다. 오빠들에게도 어떻게든 예쁨을 받아 보겠다고 낮은 자세를 취했다. 그 결과 김지우는 그녀의 졸업 논문을 훔쳤다. 강서준은 김지우의 편에 서서 그녀가 표절했다고 단정 짓고 퇴학시켜 버렸다. 김지우의 몸이 안 좋아서 간이식을 해야 할 때가 있었다. 셋째 오빠 강남준은 억지로 그녀를 수술실에 데려가서 기증자로 만들었다. 김지우가 국제적인 경기에 참석해서 이력을 만들어야 할 때가 있었다. 넷째 오빠 강하늘, 다섯째 오빠 강우주, 여섯째 오빠 강별은 주저 없이 그녀를 팀에서 빼버렸다. 나중에 강다인은 김지우가 논문을 표절하고 병력을 위조한 증거를 찾아서 그녀의 본모습을 밝히려고 했다. 하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다. 증거 또한 바닥에 내쳐진 채 보는 사람이 없었다. 큰오빠 강동준은 강다인을 집 밖으로 내쫓아 반성하라고 했다. 돈 한 푼 없이 길거리에 나앉은 그녀를 갖은 고생을 했다. 지난 기억에 강다인은 몸부림을 멈추고 그냥 가라앉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육체는 살아 있지만 영혼은 죽은 것 같았다. 그녀는 수영장 밖에서 김지우만 걱정하는 오빠들을 바라봤다. 이미 한 번 본 적 있는 장면인데도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다. 정말 웃기지 않은가? 친동생이 남보다도 못한 상황이었다. 강서준의 시선은 김지우에게서 뗀 적이 없다. 강다인의 목소리가 한참 안 들렸다 싶을 때야 그는 머리를 돌려서 수영장 아래로 가라앉은 그녀를 발견했다. 강서준의 안색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다인아!” 풍덩! 그는 더 생각할 것 없이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이를 본 김지우는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냥 죽게 내버려뒀으면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그녀는 괜히 애교를 부리며 강하늘의 옷깃을 당겼다. “콜록! 콜록! 오빠, 저도 다인 언니 구하러 갈 거예요. 저 때문에 물어 빠진 거잖아요.” 걱정하던 강하늘은 이 말을 듣자마자 급히 김지우를 위로했다. “가만히 있어. 둘째 형이 알아서 할 거야. 강다인도 다 자업자득이야. 저 정도로 죽지 않아.” 강하늘은 고개를 돌려 수영장을 바라보며 약간 복잡한 눈빛을 보였다. 강다인은 물속에서 강서준이 자신을 향해 헤엄쳐 오는 것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걱정이 서려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까지 사과를 강요하며 그녀를 방치하던 사람이 구하러 온다고 해서 달갑지는 않았다. 강다인의 눈에는 조롱이 담겼다. 그리고 곧장 몸을 돌려 물 밖으로 헤엄쳐 나왔다. 전생에 익사할 뻔한 뒤로 강서준은 그녀와 김지우에게 수영을 배우라고 했다. 물에 트라우마가 있던 그녀지만, 그래도 강서준을 만족시키기 위해 두려움을 참고 수영을 배웠다. 하지만 강서준은 김지우가 심리적인 두려움을 극복한 것만 칭찬했다. 아무도 몰랐다. 그녀가 물속에 남겨졌던 1분이 얼마나 큰 후유증을 남겼는지... 알아도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김지우만 있었다. “강다인, 너 또 장난질이야? 물에 빠진 척한다고 네가 저지른 잘못이 지워질 거로 생각해?” 강서준이 그녀의 길을 막았다. 그는 왠지 강다인이 변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수영도 곧 잘하고 말이다. 강다인은 고개를 들어서 강서준을 바라봤다. 예전에 그녀는 오빠들 중에서도 강서준을 가장 좋아했다. 엄격한 강동준 대신 강서준이 가장 가깝게 다가왔다. 하지만 지금 강서준의 눈에는 혐오와 짜증만 담겨 있었다. 이때 김지우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준 오빠, 이번 일은 다인 언니 잘못이 아니에요. 제가 가족이 되는 걸 언니가 원치 않는 걸 알아요. 제가 욕심을 부린 거예요. 가족을 가지려는 건 욕심이었어요. 저 때문에 싸우지 마세요. 흑흑, 오빠도 언니도 모두 제게 중요한 사람들이에요.” 강하늘은 고개를 들어 강다인을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제 만족했어?! 지우 아버지가 너를 구하다가 세상을 뜬 게 아니었다면, 지우도 고아가 되지 않았어! 너같이 배은망덕한 사람은 차라리 죽는 게 나아! 착한 사람 목숨으로 너를 바꾸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됐어!” 강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다인아, 사람이라면 양심이 있어야지. 우리는 지우를 가족으로 받아들여야 해. 그건 우리 집안이 빚진 것이고, 네가 빚진 거야. 이해했어?” “그런 말로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지우를 죽이려고 하지 않았겠지. 쟤 대신 개를 구하는 게 훨씬 나았을 거야!” 강다인은 마치 황야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온몸은 차갑게 얼어붙었다. 만약 가능하다면 그녀는 차라리 자신이 구해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녀는 폐가 타오르는 듯한 통증을 참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 내 잘못이야.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 왜냐하면 그녀는 더 이상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김지우를 동생으로 좋아한다면 그녀는 물러나기로 했다. “다인아, 너 정말 일부러 그런 거야? 지우가 수영을 못 한다는 거 알면서 그랬어?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야!” 강서준은 실망했다. 우연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이제 점점 강다인이 김지우를 죽이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 가정의가 달려왔고, 강하늘은 또다시 강다인에게 소리쳤다. “지우가 무사하길 바라야 할 거야! 아니면 넌 큰형한테 죽은 목숨이니까!” 강서준은 당연하게 김지우를 따라가다가 고개를 돌렸다. 강다인은 온몸이 젖은 채 창백한 얼굴로 그 자리에서 서 있었다. 순간 그는 마음이 약해졌다. 그는 말했다. “넌 먼저 방에 돌아가 옷 갈아입어. 곧 연회가 시작될 거야.” 강다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혼자 남았다. 그녀는 그들이 모두 떠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허리를 굽히며 심하게 기침을 했다. 마치 폐가 다 나 올 듯 기침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는 목구멍의 붉은 기운을 삼키며 몸을 지탱해서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는 욕조에 누워 눈을 감고 전생에 자신이 거리로 내몰려 이성을 잃은 후 김지우를 죽이려고 했던 일을 떠올렸다. 물론 그 계획은 실패했다. 그녀는 강동준에 의해 정신병원에 갇혔고, 김지우가 배정한 간호사들에게 고문을 당하며 죽었다. 그녀는 얼굴을 감싸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목소리는 다소 섬뜩했다. 강다인이 다시 눈을 떴을 때, 그 눈빛은 차갑기 짝이 없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었다. 방을 둘러보니 여전히 어색했다. 전생에 이 방은 결국 김지우에게 주어졌고, 그녀는 김지우의 작은 방에 살았다. 그녀는 또 탁자 위에 있던 가족사진을 보았다. 한 쌍의 젊은 부부가 아기를 안고 있었고 옆에는 여섯 명의 소년이 서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녀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운전기사는 먼저 그녀를 구하고 부모님을 구하러 돌아갔지만, 연료탱크가 폭발하면서 운전기사도 죽었다. 김지우는 운전기사의 유일한 딸로 어릴 때부터 몸이 약했다. 사고 이후, 강동준이 김지우를 집안으로 데려와 그녀와 함께 키웠다. 김지우가 나타난 이후, 모든 것이 달라졌다. 그녀가 가장 좋아했던 오빠들은 모두 김지우만 좋아했다. “지우는 몸이 안 좋아서 개인 영양사랑 셰프를 고용했어. 다인이 너는 지우가 밥을 잘 먹는지 보고 꼬박꼬박 알려줘.” “다인아, 지우도 그림을 배우고 싶대. 넌 어차피 충분히 배웠으니, 선생님을 양보해.” “다인아, 이번 대회는 네가 포기해. 2등인 지우가 학교를 대표해 참가하도록 하자. 지우가 얼마나 고생하면서 준비했는지 알아?” “지우는 성적이 안 좋으니까 네가 맞춰서 같은 대학교에 지원해. 그래야 앞으로 지우를 챙겨줄 수 있지.” ... 강다인은 손을 들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심장에는 작은 바늘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퍼져갔다. 그녀는 가늘게 숨을 내쉬며 통증을 삼켰다. 이번 생에서는 강씨 집안과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다. 그녀는 사진을 정리하고 고개를 숙여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도무지가 문에 노크했다. “아가씨, 연회가 시작됐습니다. 둘째 도련님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 “알았어요.” 강다인은 문을 열고 시끌벅적한 연회장으로 걸어갔다. 도우미는 눈을 크게 뜨며 중얼거렸다. “저게 무슨 옷이야? 아가씨 설마 충격받고 마친 건 아니지?” 연회장. 김지우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검은 머리카락을 어깨에 늘어뜨렸다. 그녀는 마치 순수하고 착한 이웃집 여동생 같은 모습이었다. 강서준과 강하늘은 옆에 서서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참 다정한 장면이었다. 강서준은 저도 모르게 강다인이 떠올랐다. 강다인도 김지우처럼 참하고 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몇 년 동안 강다인의 성격은 점점 더 오만하고 제멋대로가 되어갔다. “강다인 씨가 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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