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장
이선호는 고수혁이 제 말에 별 반응도 없고 짜증도 내지 않아 마음 놓고 말을 이었다.
“보통은 말이야, 결혼까지 생각한 여자가 있으면 당연히 친구나 주변 사람들한테 소개해 주잖아. 근데 넌 아직 한 번도 제수씨 소개해 준 적도 없고. 그럼 나중에 결혼식이나 애 돌잔치 때 우리 만나도 대하기 어려워하지 않겠어?”
그에 고수혁이 조금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반응에 이선호가 자신감을 찾은 듯 어딘지 간사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수혁아. 어떻게… 날 좀 잡아서 우리한테 제수씨 소개 좀 해줘.”
“아니, 나중에 가서 너희 사진 보여주고 얼굴만 익히면 되겠지.”
하지만 고수혁이 딱 잘라 말했고, 이선호의 얼굴이 짜게 식었다. 하지만 더한 일이 남아있었다.
“윤아는 나만 알면 돼. 너희는 필요 없어.”
그 건방진 표정과 얄미운 말투에 이선호가 진저리를 쳤다.
하지만 고수혁은 원래부터 이런 사람이었다. 이선호도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라 그저 허탈하게 한숨을 내쉴 뿐이었다.
아무렴 자신은 고수혁일 이길 재간도 없었다. 그동안 몇 번이나 깨진 기억이 떠오르며 이선호는 결국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
아무렴 오늘은 절대 사고 치지 않겠다고 약속까지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친구들이 하도 성화를 부리자 고수혁은 결국 서윤아를 만날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다.
대신 딱 한 번뿐이라는 조건으로.
그날 밤은 유독 번잡했다. 화려한 네온사인과 고층 빌딩들 사이로 사람들이 스쳐 지나갔고. 온갖 소음이 들려왔다. 하지만 목적지에 가까워지면서 소란이 잦아들었다.
고수혁은 약속 장소로 가는 길 서윤아에게 간단하게 제 친구들을 소개했다.
“그 셋은 내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낸 애들이야. 그렇다고 너무 예의 차릴 건 없고, 걔들이 이상한 짓 하면 바로 나한테 일러. 내가 혼내줄게.”
조명이 차분한 서윤아의 얼굴을 비췄다. 은은한 빛 아래 그녀의 얼굴이 더 빛났다.
고수혁은 차분한 가게 분위기에 내심 만족했다. 이선호가 웬일로 일을 제대로 했다.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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