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bfic
더 많은 컨텐츠를 읽으려면 웹픽 앱을 여세요.

제1장

”백아린 씨, 이건 대표님께서 전달하신 이혼합의서입니다. 빨리 서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A 시에 위치한 정원식 별장안에서, 밝은 형광등이 거실을 환하게 비추어 차가운 빛이 거실의 탁자 위에 반사되었다. 이것은 그녀가 결혼생활을 유지해 온 3년 동안에 받은 다섯 번째의 이혼합의서다. 백아린은 고개를 떨구고 있었고, 핸드폰의 화면은 여전히 방금 전의 페이지에 멈추고 있었다. [빅뉴스! 첫 사랑의 귀국, 두성 그룹의 총수 박서준대표가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권은비와 함께 두성 그룹 소유의 5성급 호텔에 머물며 밤을 새웠다! 위태로운 결혼생활에 또 한 번의 위기...] 백아린은 손을 들어서 눈가에 걸친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는, 갑자기 입가를 살짝 일그러뜨렸다. 3년간의 결혼 생활 동안, 박서준이 집에 돌아온 날은 사흘도 채 되지 않았다. 만약에 그녀의 외할머니가 박서준의 할머니와 오랫동안 헤어졌던 가장 친한 친구이자, 임종 전에 가장 큰 소원이 바로 누군가가 자기를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더라면, 박서준도 강제로 그녀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해 결혼식에서 신랑이 참석을 거부했을 때부터 백아린은 박서준이 이 결혼에 대해 얼마나 거부했는지를 알 수 있었다. 우습게도 그녀는 아직도 지난날의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을 품으면서, 바보처럼 3년을 기다리기만 했다… 비서실장인 강영욱은 마치 그녀가 예전처럼 단호하게 거절할 것 같아서 염려하며 한 마디 덧붙였다. “이번에 대표님께서 이혼에 관한 재산분할에 있어서 전례없는 큰 보상을 제안했습니다. 백아린 씨께서 자세히 읽어보시고 너무 단호하게 거절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인할게요.” 백아린의 대답은 명쾌하고 거리낌 없었다. 강영욱은 어리둥절하더니 자기가 잘못 들은 줄로 알고 여전히 계속해서 설득하고 있었다. “다시 한 번 신중히 생각해 보시길 바랍니다. 다음 번의 이혼 합의서에서는 이렇게 큰 보상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백아린은 성가시다 못해 곧바로 강영욱 옆에 있던 검은 펜을 뺏아와서, 합의서 위에 쓱쓱 몇 획을 긋고나서 ‘백아린’이라는 유려하고 생생한 몇 글자가 합의서 위에 씌여져 있었다. 그녀는 일어나서 검은 펜의 뚜껑을 닫고, 다시 강영욱에게 던져주었다. “오늘 밤이면 이사 나갈게요.” 말을 마치고 나서 뒤도 안 돌아보고 위층으로 올라갔다. 강영욱은 한참 동안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뒤늦게 깨닫고 서둘러 그 아름다운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백아린 씨, 잠깐만요. 여기에 당신의 관련서류가 있어야 부동산과 차량의 명의 이전이 가능합니다!” 백아린의 모습은 벽 모퉁이를 에돌아서 사라졌고, 마치 강영욱의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 듯했다. 강영욱은 여러모로 깊이 고려한 끝에 결국 박서준에게 전화를 걸어서 상황을 보고했다. 두성 그룹의 킹스 호텔에서. 프리미엄 스위트룸 회의실 천장 조명 아래 박서준은 온몸이 불편했고, 그는 짜증스럽게 옆에 있는 서류들을 뒤적이고 있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그의 생각을 중단시켰다. 스크린에 강영욱이라는 세 글자를 본 박서준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휴대전화를 가져오더니 짜증스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왜, 또 사인 안 하겠데?” “너 추가적으로 보상해준다고 얘기 안 했어…” “백아린 씨께서 사인하셨습니다.” 박서준은 순간 멈칫하더니 무의식적으로 소파 등받이에 기대었다. 그의 검은 셔츠는 몇 개의 단추를 풀어헤친 채 가슴 근육이 드러나고 있었고, 바지 허리 속에 넣은 셔츠는 그의 날씬한 허리 라인을 완벽하게 드러냈다. 넓은 어깨와 역삼각형의 몸매, 교차된 긴 다리까지, 아무리 느슨한 자세라도 남자의 타고난 고귀함과 도도함은 감출 수 없었다. 그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코웃음을 쳤다. “드디어 사인했네.” “역시, 소위 말하는 고고한 기개라는 것이 다 제 값을 기다리고 있기 마련이야.” 강영욱은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왠지 백아리는 결코 그 만한 보상에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변호사보고 되도록 빨리 이혼 절차를 밟으라고 지시하고, 다음 주 내로 이 빌어먹을 기혼 상태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 강영욱의 말 속에 담긴 악한 기운에 놀라서 온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그래도 억지로 용기를 내어 설명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혼 서류를 제출할 때는 대표님께서 직접 법원에 가셔야 합니다…”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백아린이 캐리어를 끌고 위층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았다. 강영욱은 바로 전화를 끊기는 불편했지만, 백아린이 문 밖으로 나가려는 것을 보자 몇 걸음 달려가서 그녀를 막을 수밖에 없었다. “백아린 씨, 자산의 명의 이전에 당신의 증빙서류가 필요합니다…” “현금으로 받을 수 없나요?” 강영욱은 백아린의 질문에 한 순간 당황하더니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합니다만…” “그럼 바로 저의 계좌로 입금하세요. 저도 시간 낭비하는 것이 귀찮아서요.” 그녀의 말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전부 전화 반대편의 박서준의 귀에 들어갔다. 박서준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스럽고 탐욕스럽고 한 치 앞을 못 보기는.” “부동산이야말로 미래에 가장 가치 있는 투자거리라는 거 모르는 거야?” 강영욱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말을 어떻게 이어나갈지를 고민하던 중에 백아린이 냉소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한 치 앞을 봤으면, 당신 같은 사람과 어떻게 결혼을 하겠어?” 예전의 그녀는 너무 신중한 나머지 소심하게까지 하면서, 모든 정성을 들여서 박서준과 박씨 집안의 사람들의 환심을 얻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그녀는 현모양처처럼 굴고 눈치를 보면서, 행여나 어떤 말이 박서준의 기분을 나쁘게 할까 봐 두려웠다. 3년 동안 살엄음판을 걷다보니 그녀는 자신의 가장 진실한 본 모습을 거의 잊을 지경이었다. 아무튼 지금은 이미 이혼 준비를 한 이상, 그녀 또한 이 감정에 대해 완전히 마음을 접었다. 그녀는 박서준이 어떤 감정을 느끼던 하나도 개의치 않는다. 화병나서 죽었으면 가장 좋다! 박서준도 분명 백아린이 감히 자기에게 이렇게 말할 줄은 생각지 못했다. 자기가 3년 동안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처럼 집에서 살게 한 여자가 감히 자기의 손아귀를 쪼아대다니? 그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 “기왕 이렇게 줏대가 있는 이상 재간 있으면 그 돈을 받지 마!” “애써서 박씨 가문에 시집온 거는, 그 재산을 노리기 위해서가 아닌가?” 이 말을 이미 듣기 좀 거북할 정도로 거칠다고 할 수 있다. 과거의 박서준도 이런 말로 그녀를 모욕한 적이 없지는 않았다. 매번 그럴 때마다 그녀는 두 눈이 벌게진 채 눈물 어린 눈으로 박서준을 노려보았다. 박서준은 그 눈빛에 온몸이 불편하더니, 오히려 비아냥거리는 말을 한 자기가 먼저 말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전화 건너편에는 장기간 침묵이 흘렀고, 박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 됐어, 좌우간 이혼을 하는 마당에 말을 너무 심하게 할 필요는 없었다. “나는 그런…” “내가 왜 안 받아, 민법 중에 어는 규정이 내가 돈을 받을 수 없다고 하는 거야. 내가 법적으로 당신 재산의 반을 요구하지 않은 것도 모두 내 양심에서 나온 거라고 할 수 있어!” 백아린의 차가운 말투에는 비아냥거림이 가득했고, 그녀의 디스하는 말에 박서준은 안색이 변하면서, 입을 열려고 하자 갑자기 욕실의 문이 열려더니 여자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왔다. “서준 씨, 내 옷은 어디에 있어, 호텔 가운이 위생적이지 않아서 입을 엄두가 나지 않아…” 백아린은 거의 순식간에 목소리의 주인이 권은비라는 것을 알아챘다! 누가 알았겠는가, 3년이란 시간 동안 그녀는 권은비의 자료를 수없이 찾아봤고, 제일 황당할 때는 심지어 권은비의 목소리와 웃는 모습을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 박서준의 순간 생각의 흐름이 끊겨지고, 뒤돌아보더니 권은비는 그저 욕실 타월로 그녀의 곡선이 아름다운 가슴을 감싸고 있었고, 한 쌍의 늘씬한 다리는 안개가 낀 욕실 앞에 서 있으면서 한층 더 섹시하고 유혹적이었다. 하지만 박서준의 시서은 남극의 빙하처럼 차가워서 어떤 감정의 파동도 보이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 백아린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리는 웃음기를 감추지 않았다. “박서준, 당신은 정말로 내가 당신의 불륜 증거로 이혼 소송을 제기해서, 당신을 빈털터리로 만들지 않은 것에 대해 나한테 절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전 챕터
1/200다음 챕터

© Webfic, 판권 소유

DIANZHONG TECHNOLOGY SINGAPORE PTE. LT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