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장
임지아가 떠난 후, 오영은이 곧바로 나한테 다가와 말했다.
“멀리에서 봐도 임지아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은 것 같았어.”
나는 미간을 찌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지아한테 뭘 준 거야? 보니까 아주 기뻐하는 것 같던데.”
나는 오영은에게 사실대로 알려주었다.
그러자 오영은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
“역시 우리 남 팀장님한테는 다 계획이 있었어. 그나저나 나중에 말을 번복하면 어떡해?”
임지아는 그렇게 멍청하지 않았다. 내가 준 고부관계 안내서가 있으면 심화연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다. 영한 그룹 사모님과 작은 프로젝트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임지아가 구분하지 못할 리가 없다.
“너 왜 그래? 기분이 안 좋아?”
내가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임지아의 태도로 보아 영한 그룹은 십중팔구 자금을 철회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좋은, 비장의 카드를 그녀에게 준 것만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았다.
나는 이제 그것으로 큰 돈을 벌 수 있기를 바랐다.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려보자.”
나는 오영은을 위로했다.
“오늘 밤은 아마 푹 잘 수 있을 거야.”
새벽,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아파트 아래에 다다르자 반대편에서 주한준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네이비 색깔의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는데 큰 키에 올곧은 몸매는 밝은 달빛 아래에 있으니 왠지 쓸쓸해보였다.
“임지아 씨를 보러 온 거야?”
나는 두 사람이 오늘 만난 적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주한준은 고개를 약간 끄덕이며 나와 나란히 복도로 들어갔다.
한참 있다가 주한준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우리 어머니를 공략하는 법, 네가 지아한테 준 거야?”
보아하니 두 사람은 이미 만난 것 같았다.
“주 사장님께서 계약금을 다 지불했으니 나도 성의를 보여야지.”
나는 사실대로 말했다.
“사려가 깊군.”
그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른 점이 없었다. 그래서 기분의 변화를 전혀 알아챌 수가 없었다.
“난 항상 사려가 깊었어.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
나는 주한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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