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3장
저녁, 나는 어린 시절에 살았던 작은 뜰로 돌아갔다. 멀리에서 바라보니 정원 전체에 이미 세월의 흔적이 가득했다. 얼룩덜룩한 담벼락에는 시든 담쟁이덩굴이 보였고 담벼락 아래에는 혹독한 겨울날을 맞이한 듯, 시든 가지와 잎이 몇 개 있었다.
모든 것이 이전과 같은 것 같았으나, 약간 다른 점도 있었다.
그렇게 다른 생각에 빠졌을 때, 애교섞인 목소리가 나의 귓가에 들려왔다.
“이모, 이모야.”
고개를 돌려보니, 귀엽게 머리를 두 가닥 땋은 귀염둥이가 빠른 걸음으로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별안간, 꽃님이는 내 다리를 껴안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인기척을 들은 고모가 다리를 비틀비틀거리며, 밖으로 걸어나왔다. 나와 시선이 마주치자, 고모는 환히 미소를 지어보였다.
“가만히 서서 뭐해? 마침 밥이 다 됐는데 얼른 밥부터 먹자.”
꽃님이는 알겠다고 대답한 다음, 작은 손으로 내 검지 손가락을 꽉 잡으며 말했다.
“어서 밥 먹으러 가요.”
안채의 오래된 나무 탁자 위에는 크고 작은 접시들이 가득 놓여져 있었는데 모두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여전히 왼발을 절고 있는 고모를 본 순간, 나는 코끝이 시큰거려 하마터면 눈물을 흘릴 뻔했다. 고모는 절름발이였다. 그러니 이 음식을 준비하면서 꽃님이까지 돌봐야하니 아주 오랫동안 바쁘게 보냈을 것이었다.
고모가 그릇을 놓으면, 꽃님이는 옆에 젓가락을 가져다놓았다. 두 사람은 호흡이 척척 잘 맞았다. 꽃님이는 분명히 고모에게 가정 교육을 아주 잘 받은 것 같았다.
꽃님이는 테이블 중앙에 놓인 빈 그릇을 보며 내게 천천히 말했다.
“이건 증조할머니를 위한 것이에요.”
그 말에 고모는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꽃님이는 너를 닮아 아주 총명해. 최근에 언어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니까? 시도 한달에 300수 가량 기본적으로 암기할 수 있어. 나중에 크면 꼭 공부를 잘할 거야.”
꽃님이는 활짝 미소를 지었다.
“아빠는 내가 시를 전부 다 외우면 제일 예쁜 유치원에 데려가겠다고 했어요.”
꽃님이는 나를 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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