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9장
고모부가 말을 더듬고 느리게 하는 게 사람들 앞에서 고모부의 자존심을 깔아뭉갤 이유는 절대 되지 못했다.
“아주머니, 이미 확실하게 밝혀졌잖아요. 저희한테 제대로 사과하셔야죠.”
나는 마음을 가다듬고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리를 뜨려던 여성은 몸을 돌리며 나를 향해 눈을 부라렸다.
“사과? 좋게 끝낼 생각이 없네. 아주?!”
우리가 일부러 말썽을 일으키기라도 하는듯한 험악한 눈빛이었다.
나는 고모부를 내 옆으로 끌어당기며 정색했다.
“제 고모부한테 반드시 사과하셔야 할 거예요.”
중년 여성이 아예 소매를 걷어붙이며 본격적으로 싸움을 하려 하는데 갑자기 웬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무슨 일이야?”
귀에 익은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익숙한 마이바흐 한 대가 눈에 띄엮다.
그리고 차 앞에 서 있는 주한준과 임지아도.
주한준의 손에는 백수환동주 두 병이 들려져 있었다. 마치 사위가 예비 장모님을 처음 만나러 오기라도 한 것처럼 제법 그럴듯한 차림새였다.
나는 문득 왜 고모부가 일하는 곳이 낯익었었는지 깨달았다.
임지아도 여기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 중년 여성은 임지아의 어머니, 조현아일 것이고.
연한 하늘색 니트 원피스를 입은 임지아가 검은 부츠를 또각거리며 걸어오더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진아 선배, 여긴 어쩐 일이세요?”
조현아는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괜히 몸에 맞지 않는 트위드재킷을 매만지며 물었다.
“지아야, 이분이 네가 평소에 자주 언급했었던 남진아 씨니?”
임지아의 얼굴이 희미하게 굳어졌다가 곧 평소처럼 부드러워졌다.
“응. 회사에서 진아 선배가 나 엄청 잘 챙겨줘.”
조현아는 다시 한번 나를 힐끗거리며 억지스러운 눈웃음을 지었다.
“남 팀장님, 제가 실수했어요. 부디 너그러이 용서하세요.”
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더 붙잡고 늘어진다면 오히려 나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앞으로 고모부가 이곳에서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나는 이쯤에서 그만두기로 했다.
“오해가 풀렸으면 됐어요.”
조현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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