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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1장

"선배 설마 아직도 안 본 거예요? 두 회사가 계속 협력하려고 했으면 진지하게 대해주세요!" 영한 그룹을 나오기 전 임지아가 나한테 당부했다. 어찌 됐든 주한준 사람이고 진짜 기획안을 제출했으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회사로 돌아가서 나는 서류들 속에서 임지아가 제출한 그 기획안을 꺼냈는데 열어보자마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 임지아가 기획한 첫 번째 데이트 노선이 바로 단산에 가서 매화 구경을 하는 것이었다. 그곳은 경안시 서쪽 교외로 2시간 운전해서 가야 하는 곳이었다. 매년 봄추위가 계속될 때 많은 유람객들이 매화를 구경하러 가곤 했다. 물론 나도 마찬가지였다. 대학교 때 주한준한테 가자고 한 적이 있었는데 계속 "바빠.", "시간 없어."라는 핑계로 무산되었다. 하지만 임지아가 분명 세 노선이 모두 주한준이랑 같이했던 곳이라고 했다. 나는 궁금해서 서서히 기획안을 펼쳐보았는데 다 보고 나서 일어서 탕비실로 가 약을 찾아서 먹었다. 머리에는 갑자기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 역시나 추운 겨울이었는데 연속 며칠 동안 주한준한테 매화 구경을 가자고 졸랐는데 또 거절당해서 룸메이트들의 건의에 따라 주한준을 차단했었다. 나랑 연락이 닿지 않았던 주한준은 갑자기 나를 숙소 아래로 불렀다. 그때는 아주 늦었는데 나를 보자 주한준은 보여줄 곳이 있다면서 내 손을 잡고 서울대의 애인 호수로 향했다. 밤이 늦었기도 했고 춥기도 해서 호수에는 거의 사람이 없었다. 나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주한준한테 끌려갔다. 사과하려는 것 같지 않아 보이자 나는 억울한 모습을 하고 그 자리에서 계속 묻고 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주한준, 난 너한테 뭐야?" 주한준은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내 손을 잡고 말했다. "나무 아래 가서 말해." 나는 너무 억울했지만 주한준은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걸 보고 홧김에 말했다. "내가 생각해 봤는데 네가 정말 나한테 관심 없으면 우리 그냥 헤어..."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갑자기 매화 꽃비가 내렸다. 빨간색, 분홍색, 노란색 꽃잎들이 내 주위를 맴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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