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장
“아, 그래요?”
임지아는 눈웃음을 지으며 코끝을 찡그렸다.
“엄 교수님은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 것 같은데요?”
우리 두 사람을 은근한 눈빛으로 번갈아보며 그녀는 말끝을 길게 올렸다.
“연주회 늦겠어.”
그때 주한준이 대화의 흐름을 끊으며 입을 열었다.
임지아는 생글생글 웃으며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진아 선배님, 저희 먼저 가볼게요~”
나는 두 사람이 자리를 뜨자마자 경안대학교 게시판에 들어가 보았다.
맨 위에 고정된 게시물이 시선을 확 끌었다. 경안대 존잘 교수 엄겨울, 여친 있는 것 같음!
나와 엄겨울이 교내 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 사진도 첨부되어 있었다.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사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찍었다였다. 당사자인 내가 봐도 사진에서 핑크빛 기류가 느껴질 만큼.
[얼굴합이 미쳤는데??! 여자 친구분 너무 예쁘시다!!]
[그러니까요. 분위기가 장난 아니세요. 첫눈에 보고 전지현인 줄 알았어요!!]
[사귀어라! (짝) 사귀어라! (짝)]
머리가 더 지끈거리는 느낌에 나는 손으로 이마를 짚으며 계속 아래로 스크롤 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들어온 한 댓글에 손가락을 멈추었다.
[그때 금융학과 킹카 쫓아다니던 남진아 아니야?]
이 게시물은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았던 터라 아직 좋아요도 열몇 개밖에 없었었다.
나는 고민 끝에 게시판을 해킹하여 더 많은 사람이 보기 전에 그 게시물을 삭제했다.
내가 오해받는 건 괜찮지만 엄겨울의 이미지에 흠집이 나면 안 되니까.
다 해결하고 나니 어느새 밤이 깊었다.
막 엘리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멀리 창문 앞에 서있는 비율 좋은 그림자가 보였다. 어스름한 연기 사이로 그의 손가락에 끼워져 있는 반쯤 탄 담배가 눈에 띄었다.
창밖의 앙상한 나무 가지들이 밤바람에 흔들거렸고 남자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져 흐릿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림자의 주인공이 주한준임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음악회에 간다고 하지 않았나? 왜 아직도 회사에 있는 거지?
나는 그를 못 본 척 무표정한 얼굴로 앞으로 걸어갔다. 주한준과 겨우 2미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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