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4장
엄겨울이 이런 걸 부탁할지 정말 생각도 못 했다.
잠깐 침묵이 흐르고 나서 엄겨울이 말을 이어갔다.
"미안, 내가 너무 당돌했지."
나는 친구가 곤란해하는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항상 선을 잘 지키던 엄겨울이 이런 부탁을 했을 때는 도저히 물러설 곳이 없어서 그랬을 것이다. 게다가 통화할 때의 무기력한 말투가 떠올라 나는 답했다.
"내가 구체적으로 뭘 하면 되는데?"
엄겨울은 잠깐 멈칫하더니 놀라서 물었다.
"진아야, 너 지금 동의한 거야?"
엄겨울은 목소리가 아주 부드러웠는데 부리부리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니 마치 어린아이처럼 느껴졌다.
"어려운 일도 아닌데 뭐."
엄겨울이 나한테 해준 것에 비하면 연기하는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시간이랑 장소 그리고 내가 주의해야 할 대사들을 나한테 보내줘."
내 말을 들은 엄겨울은 '푸핫' 하고 웃어버렸다.
내가 의아해서 엄겨울을 쳐다보고 있는데 엄겨울이 말을 이어갔다.
"넌 그냥... 내 곁에 서 있으면 돼."
엄겨울이랑 내일 오후 3시에 비엔나 호텔에 있는 찻집에서 만나기로 했다.
그곳은 경안시 재벌들이 자주 모여 애프터눈 티를 즐기는 곳인데 성의를 표하기 위해 나는 좀 꾸몄다.
하지만 찻집에 들어가려는데 웨이터가 막아설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아가씨, 회원 카드 보여주시죠."
여기가 회원제인 건 알았지만 나는 엄겨울 초대를 받고 온 거기에 회원 카드가 있을 리가 없었다.
내가 솔직하게 말하자 웨이터는 아주 거만한 태도로 말했다.
"그럼 죄송하지만 약속한 분한테 연락해서 마중 나오시라고 하세요."
나는 하는 수없이 휴대폰을 꺼내 통화버튼을 누르려고 하는 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아야, 정말 너네?"
뒤돌아보니 샤넬 슈트를 입은 심화연이 놀라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는데 눈에는 의아함이 가득했다.
옆에는 웨이터가 서 있었는데 심화연의 악어가죽 에르메스를 들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재벌 집 사모님이었다.
항상 이렇게 우연이 벌어지곤 한다.
내가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걸 본 심화연은 뒤에 있는 웨이터한테 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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