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1장
말을 마친 주한준은 깔끔하게 일어서서 가려고 했다.
그걸 본 한석훈은 당황해서 다급히 말했다.
"주 대표님 오해하지 마세요. 대표님이랑 협력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이 상황이 조금... 좀... 복잡해요."
주한준은 차가운 말투로 답했다.
"괜찮아요. 이름 있는 애니메이터가 뭐 음유시인뿐이겠어요. 하지만 한 대표님은 아마 영한 그룹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회사 못 만날 겁니다."
말을 마친 주한준은 한석훈이 아무리 뒤에서 사과해도 뒤도 안 돌아보고 차가운 얼굴을 하고 나갔다.
한석훈이 곤란해하는 모습에 나도 의아해 났다.
계약을 거절한 사람도 한석훈이고 갑도 한석훈인데 뭔가 힘에 부치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주한준은 분명히 계약이 깨졌는데 도리어 잘난척하는 모습이었다.
우리 일행은 풀이 죽은 채로 초가집을 떠났다.
주한준은 굳은 얼굴을 하고 맨 앞에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임지아가 곁에서 같이 걸으며 위로해 주었다.
"한 대표님도 자기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 거겠죠. 오빠 너무 화내지 마요. 몸 상하면 어쩌려고요?"
"화가 나? 그딴 자식 때문에?"
주한준은 가소롭다는 듯이 말을 이어갔다.
"자기가 얼마나 큰 잘못을 했는지 곧 알게 할 거야."
나는 의아해하면서 주한준을 쳐다보았는데 역시나 표정을 읽을 수 없었다.
'설마 정말 한석훈한테 뭔 짓 하려고? 아니면 정말 애니메이터를 바꾸려고 하나?'
만약 주한준이 후자를 선택한다면 우리 프로젝트에 아주 불리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이미 음유시인이랑 이렇게 오랫동안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계약 하기만 하면 아마 아주 잘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새로운 애니메이터를 만나려면 적어도 한 달은 더 연락하며 접촉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걸 나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주 대표님."
나는 정신을 차리고 제안했다.
"제가 한 대표님이랑 다시 얘기해 보고 싶어요."
내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주한준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날 돌아보았다.
"우리가 오늘 너무 갑자기 방문했어요. 한 대표님도 상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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