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6장
보통 이 시간이면 주한준은 여기 나타나지 않는 게 정상이었다.
하지만 더 놀라운 건 주한준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그것도 혼자서 말이다.
노려보는 눈빛이 가까워지고 있는데 더는 마주 볼 수가 없었다.
안준연도 그걸 눈치채고 미소를 거두더니 진지하게 물었다.
"누나 혼자 해결할 수 있겠어?"
"응."
나는 안준연이 나랑 주한준 모순에 엮이는 게 싫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자. 내일 저녁 시간 맞춰 데리러 와."
안준연의 예쁜 눈에는 갑자기 걱정이 비치더니 나한테 말하는 것이었다.
"누나 혼자서 처리 못 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나는 애써 괜찮은 척하며 말했다.
"날 뭐로 보고."
안준연은 그제야 포기하고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하지만 내 뒤에 있는 시선은 여전히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정신을 가다듬고 아무 일 없는 듯 주한준한테로 걸어갔다.
"이런 우연이."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주 대표님도 이렇게 여유 즐기는 시간이 있군요."
차가운 눈빛으로 날 위아래로 훑던 주한준이 시선을 내 슬리퍼에 두고 말했다.
"언제부터 보는 눈이 이렇게 싸구려야 된 거야?"
슬리퍼는 아주 귀여운 디자인이었다. 예전의 나라면 분명 좋아했을 것이다.
그때는 항상 어떻게 하면 주한준이랑 커플 아이템을 할건지만 생각했었다. 커플 슬리퍼도 커플 잠옷도 하고 싶었지만 주한준이 유치하다는 한마디에 계속 싫어하는 척했다.
이런 게 주한준 입에서는 싸구려가 된 것이다.
하지만 더 따지고도 싶지 않아서 대충 둘러댔다.
"별일 없으시면 먼저 가볼게요."
돌아서서 가려는데 귓가에 주한준이 질타가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 팀장님이 영한이랑 거래를 거절한 이유가 이겁니까?"
주한준의 목소리는 마치 얼음을 두른 듯 차가워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주한준과 몇 년간 지내왔기에 나는 주한준이 지금 화났다는 걸 바로 알아차렸다.
하긴, 주한준처럼 모든 걸 손바닥에 쥐고 놀고 싶어 하는 사람이 내가 자기를 거절할 줄은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나는 찌릿해 나는 가슴을 다독이며 담담하게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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