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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장

어지럽다, 정말 어지러웠다. 와인이 워낙 뒷맛이 강한 데다가 내가 많이 마시기도 해도 정말 어지러웠다. 하지만 내가 주한준한데 어지럽다고 하면 주한준은 또 내가 연기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답했다. "주 대표님이랑 송 대표님 덕에 이제 많이 나아졌어요." 그 말을 들은 주한준의 눈빛이 삽시에 싸늘해졌다. 주한준이 말하지 않을 때면 얼굴에 분노가 가득한 것처럼 보이기에 나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주 대표님 더 시키실 일 있으세요?" '없으면 난 내 볼일 보러 갈 거거든.' 나는 아무 뜻 없이 물은 건데 주한준은 바로 날 시켜 먹으려 했다. "왜 나무처럼 멍하니 서 있어, 빨리 와서 나 부축해." 난 내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시선이 주한준의 각진 얼굴을 스쳤는데 주한준은 여전히 휴식을 취하던 모습 그대로였다. 다만 조금 더 피곤해 보였다. '부축하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이 술자리에서 제일 힘들었던 사람은 정지훈인데 주한준은 고작 두잔 정도 마시고 지금 나한테 부축해 달라고 하는 건가? "왜? 싫어?" 싸늘한 눈빛이 다시금 내 얼굴에 내리비치자 나는 농담하듯이 말했다. "주 대표님 주량이 꽤 좋았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남 팀장 때문이 아니겠어?" 비꼬는 듯한 말투와 함께 주한준의 싸늘한 눈빛을 바라본 순간 나는 뭔가 들통난 듯한 느낌에 불안해졌다. 나도 모르게 주한준을 부축하러 갔다. 순간, 주한준은 비틀거리는 몸을 나한테 기댔는데 나는 자칫하면 넘어질 뻔했다. 연기하는 게 아니라 정말 취한 듯했다. 익숙한 비누냄새와 함께 와인향도 내 코끝을 적셔왔다. 나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주한준을 부추기며 걸어갔다. 15분 뒤, 우리는 단독 룸에 들어갔는데 안에는 설비들이 완비하였고 시아야 뻥 뚫려 있었는데 정말이지 최고의 스위트룸이었다. "주 대표님, 침대 저기 있어요." 주한준은 겨우 눈을 뜨고 몽롱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더니 욕조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보, 나 씻고 싶어." 나는 가슴이 찌릿하더니 순간 그 자리에서 멍해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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