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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이태호는 옅은 미소를 지은 채 잔을 부딪치고 와인을 쭉 들이켰다. 같은 시각, 신씨 가문의 사람들이 집에 도착했다. 왕사모님은 차에서 내린 후 소지민한테 물었다. “지민아, 이태호라는 자를 알고 있어? 그자가 어떻게 용우진 같은 사람을 알게 된 거야? 게다가 용우진이 그를 엄청 존중해주고 있었어.” 소지민은 난처한 웃음을 지었다. “그건 저도 모릅니다, 어머님. 수민이 애 아빠가 누군지 입을 꾹 다물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저희도 5년 전에 하현우와 악연을 맺은 이태호가 은재 아빠인 줄 몰랐죠. 게다가 콩밥을 먹은 범죄자라니, 참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왕사모님은 눈살을 찌푸린 채 소지민과 신영식을 쳐다봤다. “너희들도 알다시피 법은 약한 자를 상대한 규율이야. 그 당시 이태호가 감옥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는 건 그가 돈도 없고 힘도 없는 보통 사람이라는 뜻이지. 하지만 지금은 달라. 용우진마저 그를 보살펴주고 있다면 이태호는 절대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닐 거야.” 신영식은 왕사모님의 말뜻을 알아챘다. “엄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왕사모님은 잠시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까 신수민을 다시 가문으로 소환해. 세 사람 정도는 우리 가문이 충분히 먹여 살릴 수 있어.” 신영식은 반가운 소리에 웃음을 되찾았다. “그럼 예전에 있었던 일을 그냥 넘기겠다는 말씀이세요? 이태호랑 신은재, 신수민 모두 우리 별장에서 살게 해준다고요?” 왕사모님이 그를 흘겨봤다. “입 아프게 두 번 말해야겠어?” “할머니, 그건 안 돼요!” 그러나 신수민의 사촌 오빠인 신민석이 불쾌한 표정을 드러냈다. “그 당시에 수민이 때문에 우리 가문이 어떤 모욕을 당했는지 모두 잊으셨어요? 그리고 그 범죄자를 집에 들여다 놓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요?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낳으면 다시는 신씨 가문에 발을 들일 수 없다고 할머니가 그러셨잖아요!” 이에 왕사모님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건 홧김에 한 소리일 뿐이야. 이미 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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