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2화
“쓸데없는 말 하지 말아요.”
신수민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아무 말이나 하지 말아요. 은재는 진짜라고 생각한단 말이에요.”
이에 이태호가 웃으며 대꾸했다.
“진짜예요. 저한테 돈이 있거든요.”
“마음대로 하세요!”
신수민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그가 말한 돈이 기껏해야 정씨 가문에서 받은 2억 6천만 원이라고 생각했다.
곧 두 사람은 신은재와 함께 호텔로 돌아왔고 도어맨의 안내로 스위트룸에 들어섰다. 같은 시각, 용씨 어르신과 용지혜가 한 상 가득 반찬을 시켜 놓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어르신, 너무 많이 시킨 거 아니에요?”
이태호는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광경을 보며 감탄했다.
“여기 반찬이 맛있어.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이것저것 다 시켜본 거야.”
용씨 어르신은 신은재를 보며 활짝 웃었다.
“신수민 씨, 이 아이가 태호 입니까? 너무 귀엽네요.”
용지혜도 아이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신은재예요. 4살 된 지 얼마 안 됐고요.”
“어여들 앉아. 반찬 다 식겠어.”
용씨 어르신이 앉으라고 손짓했다.
“오늘 은재 생일이라 케이크도 샀는데 아이가 아빠 오기만을 기다리더라고요. 아빠랑 같이 케이크 먹으려고.”
신수민은 난처한 미소를 지으며 싸구려 케이크를 상에 올려놨다.
“그래요? 오늘 은재 생일이었구나! 무슨 선물 갖고 싶어?”
그러나 신수민이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아니에요, 어르신. 은재 생일은 며칠 전이었고 이미 재밌게 보냈어요. 제가 좀 바빠서 날짜를 까먹고 케이크를 못 사줬거든요. 아이가 케이크 얘기를 너무 해서 오늘 사준 거예요. 이렇게 차려주신 것만으로도 충분해요!”
“하하, 하지만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그냥 이렇게 지나칠 수 없겠네요. 오늘이 생일이 옳든 아니든 은재한테 선물 하나 줘야겠네요.”
말을 마친 용씨 어르신은 열쇠 하나를 꺼내 신수민 앞으로 내밀었다.
“내가 용안 쪽에 집 한 채를 갖고 있어. 평소 사는 사람도 없는 빈집이고 주위 환경도 조용하니까 태호 네 부모님이 지내기 딱 좋을 거야.”
신수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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