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장
“장훈 씨….”
하지만 그녀는 미처 말을 꺼내기도 전에 차 안에 버젓이 타고 있는 조수연을 보고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미리 준비했던 말들을 꺼내기도 전에 입이 얼어버렸다.
이장훈은 싸늘한 얼굴로 그녀에게 말했다.
“별일 없으면 나 찾지 마. 아니, 별일 있어도 나 찾지 마!”
말을 마친 그는 그대로 창을 올려버렸다.
이장훈이 가장 보고 싶지 않은 인물이 김인영이었다. 그는 애써 그녀와의 과거와 그녀라는 사람을 잊어가는 중이었다.
사실 김인영의 존재를 떠올리지만 않으면 삶은 꽤나 즐거웠다.
하지만 이 여자만 보면 고통스러운 기억들이 떠올라서 그를 숨막히게 만들었다.
힘들게 벌어온 돈을 전부 이 여자한테 주었고 이 여자를 대신해 감옥까지 갔다 왔는데 기다리고 있는 건 배신이었다.
칼에 가슴이 찔린 것 같은 그런 느낌은 두번 다시 느끼고 싶지 않았다.
김인영은 어색해서 발만 동동 굴렀다.
이렇게까지 준비해서 찾아오면 이장훈이 눈길이라도 줄 줄 알았는데 이장훈은 그녀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고개를 들자 아이들을 데리러 온 학부모들이 이쪽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강한 수치심을 느꼈다.
학부모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렸다.
“저 여자 어떻게 저런 옷을 입고 애들 다니는 어린이집에 찾아오죠?”
“비싼 차 보고 달려가서 창문 두드리는 거 좀 봐요. 딱 봐도 방탕한 여자라니깐요.”
“술집 여자 같아. 그래도 어린이집 앞에서는 좀 체통을 지켜야지, 어휴!”
“대낮에 애들 앞에서 저게 뭐 하는 짓이람?”
김인영은 퍼렇게 질린 얼굴로 다시 차 창을 두드렸다.
이장훈은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조수연도 침묵을 유지했다.
차 창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급박하게 들렸다.
더 이상 참기 힘들었던 이장훈은 다시 차 창을 내리고 그녀에게 물었다.
“대체 언제까지 할 거야?”
김인영은 그에게 돌아오라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조수연을 보자 하려던 말이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그리고 자존심이 상했다.
오히려 조수연이 정실 같고 자신은 남의 가정을 파탄내려는 불륜녀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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