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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장

모시려는 사람이 이장훈이라는 말에 김인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맨 앞에 있는 코닉세그만 해도 수백 억이 넘는 가격이었다. 자신은 한 번도 타보지 못한 차인데 전과자인 이장훈을 모시러 왔다는 말에 그녀는 자존심이 상했다. ‘뭔가 잘못됐어!’ 그녀는 차에 버티고 앉아 밖에 서 있는 이장훈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사람 보이죠? 저런 초라한 행색에 차도 없어서 택시를 기다리는 사람이 당신들이 모시려는 사람이라고요? 분명 뭔가 잘못됐어요!” 그 말에 운전기사가 인상을 찡그렸다. 이 여자는 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에 내리지도 않고 버티고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이장훈에게 다가가서 공손한 말투로 물었다. “이장훈 씨 되십니까?” 이장훈은 의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가 이장훈입니다.” 운전기사는 그제야 만면에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이장훈 씨. 저희는 이장훈 씨를 모시러 왔습니다.” 이장훈 역시 어리둥절한 얼굴로 운전기사를 바라보았다. 오늘 이혼하러 구청에 온다는 얘기는 부모님을 제외하고 얘기한 적이 없는데 이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온 걸까? “누가 보내서 왔나요?” 운전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조 대표님께서 보내서 왔습니다.” 이장훈은 그제야 출소 날 만났던 조태풍을 떠올렸다. 그는 상대가 자신을 뒷조사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장훈은 만나면 단단히 선을 그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말했다. “그럼 그분한테 데려다주세요. 오늘 다른 일정이 있으니 빨리 가시죠.” 운전기사는 차로 다가가서 아직도 차에서 내리지 않고 버티는 김인영에게 말했다. “저기요, 좀 내리시죠? 계속 이러시면 끌어내릴 거예요!” 김인영은 이런 호화 차량에 이장훈이 탈 거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대체 누가 보낸 거지? 이장훈을 왜?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해!’ “조 대표님이 무슨 일로 이장훈을 찾는 거죠? 혹시 동명이인 아닌가요?” 구경꾼들은 점점 모여들어 현장을 빽빽이 둘러싸고 있었다. 운전기사는 김인영의 선을 넘는 행위에 참을 수 없는 짜증이 치밀었다. “우리 대표님이 누굴 모시든 그쪽이 상관할 일은 아닌 것 같네요! 이 선생님은 우리 대표님이 초대한 귀한 손님입니다. 시간낭비 하지 말고 당장 내리세요!” 호텔에 모든 준비는 끝난 상태였고 주인공인 이장훈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런 곳에서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김인영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내쫓는 운전기사의 언행이 너무도 불쾌했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이장훈을 모시러 왔다는 게 믿기지도 않았다. “일단 화부터 내지 말고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장영 물산 대표 김….” 인내심을 잃은 운전기사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스스로 내리지 않겠다면 끌어내리는 수밖에!” 말을 하는 사이 그는 당장 김인영을 끌어내릴 기세로 조수석으로 다가갔다. 놀란 김인영은 서둘러 차에서 내려 운전기사와 멀리 떨어졌다. 운전기사는 이장훈의 앞으로 다가가서 공손히 허리를 굽혔다. “가시죠, 이 선생님.” 이장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수석에 올랐다. 김인영은 코닉세그의 뒤를 따라 유유히 사라지는 외제차 행렬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뭔가 현실감이 없었다. 그녀를 쫓아내고 이장훈을 차에 태우다니! 설마 그에게 무슨 비밀이라도 있는 걸까?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저 여자는 외제차 끌고 누가 자기랑 이혼한 남자를 모시러 오니까 벙찐 모양이네?” “저 여자 얼굴 좀 봐. 후회하나 봐.” “저 남자 딱 봐도 일반인이 아니야. 누군들 후회 안 하겠어?” 김인영은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을 느꼈다. 사람들이 다 보는데서 쫓기듯 차에서 내리고 이런 말까지 들어야 한다니! 그녀는 처음으로 너무 성급히 이혼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요란한 엔진음과 함께 코닉세그가 김신영의 앞을 지나쳤다. 이장훈은 멀어지는 그녀의 얼굴을 힐끗 보고 눈을 감으며 생각했다. ‘오늘부터 나를 위한 삶을 살 거야. 아무에게도 눈치 볼 필요 없이!’ 다시 눈을 뜬 이장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운전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속도 좀 올려주세요. 저 오늘 바빠요.” 운전기사가 가속 페달을 힘껏 밟자 차는 포효하듯이 질주하기 시작했다. 뒤에 있는 차량들도 먼지를 날리며 현장을 떠났다. 길가에 서 있다가 먼지를 뒤집어쓴 김인영의 얼굴은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며 쳐다보는 이 상황도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급기야 사람들을 등지고 섰다. 구경꾼들은 재미가 떨어졌는지 분분히 자리를 떴다. 멀리서 푸른색 포르쉐 한 대가 구청 입구에 천천히 멈춰섰다. 차 문이 열리고 장명수가 싱글벙글하며 김인영에게 다가갔다. “어때? 새로 뽑은 차야. 일부러 오늘을 위해 준비했어.” 예전이었다면 어서 드라이브를 하러 가자고 졸랐겠지만, 김인영은 지금 그럴 기분이 아니었다. 조금 전 이장훈이 타고 간 차에 비하면 너무도 초라해 보였다.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으로 장명수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싸늘하게 물었다. “왜 이제야 왔어?” 장명수는 시큰둥한 그녀의 태도에 짜증이 치밀었다. “방금 전에 스포츠카 행렬 때문에 차가 막혔어. 누가 프러포즈 하나 봐. 혹시라도 사고 날까 봐 추월하지 못했어. 입구에 막혀 있다가 이제야 온 거야.” 김인영은 이장훈이 자신이 보는 앞에서 허세를 부린 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행렬도 분명 렌트 차량일 것이다. 그런 가능성이 떠오르자 그녀는 화가 나서 이가 갈렸다. 그리고 이장훈에 대한 혐오감도 점점 커졌다. “멍청한 인간만이 자존심을 위해 외제차를 렌트하지. 이장훈 그렇게 안 봤는데 은근 관종이었어. 이혼하길 잘했지!” 장명수가 그녀를 달래주었다. “이혼했으면 됐잖아. 스카이 호텔에 자리 예약했어.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스카이 호텔이라 하면 송강시에서 가장 비싼 호텔이었다. 외제차 행렬이 호텔 입구에서 멈추고 운전기사가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 “이 선생님, 조 대표님과 다른 분들이 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가 길을 안내하죠.” 이장훈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다. “기사님은 일 보세요. 제가 알아서 찾아갈게요.” 운전기사와 작별인사를 한 뒤, 이장훈은 고개를 들어 호텔 정문을 바라보며 감상에 잠겼다. 예전에 사업할 때, 가끔 바이오들이랑 같이 찾던 호텔이었다. 3년이 지났는데도 겉모습은 여전했다. 그는 기분을 가라앉히고 입구를 향해 다가갔다. 맞은편에서 여자 한 명이 우유팩을 들고 다가오고 있었다. 얼음 공주라는 호칭이 잘 어울릴 것 같은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의 여자였다. 이장훈은 그녀와 눈을 마주쳤다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여자는 셔츠 단추를 세 개나 풀어서 여자의 하얀 목덜미와 곡선이 그대로 드러났다. 조금만 힘을 주면 터질 것 같은 사이즈였다. 수감 생활 3년만에 이런 광경과 마주하니 이장훈은 저도 모르게 입안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면서 여자도 이장훈의 표정을 보았다. 안 그래도 차갑던 얼굴은 더욱 차게 식었다. 그렇게 입구까지 도착했을 때, 여자는 갑자기 발목을 삐끗하며 옆으로 쓰러졌다. 이장훈은 다급히 다가가서 부축하려고 손을 뻗었다가 부주의로 그만 만지지 말아야 할 곳을 만지고 말았다. 여자는 새된 비명을 질렀고 당황하던 찰나에 손에 들고 있던 우유팩이 찌그러지면서 하얀 우유가 여자의 얼굴에 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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