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3장
하지만 그녀의 생각 역시 비관적이었다.
너무 가능성이 없는 얘기라 기대가 전혀 되지 않고 오히려 불안했다.
이미려는 입술을 앙다물고 숨을 참으며 이장훈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먹을 쥔 손바닥은 땀으로 축축했다.
이장훈은 조금씩 침을 굴려가다가 시간이 다 되자 천천히 침을 거두었다.
뻘건 피가 혀끝에서 스며 나왔다.
옆에서 지켜보기에는 꽤 무시무시했다.
한정훈은 옆에서 비아냥거렸다.
“대체 침술을 알고 하는 거예요? 피 나잖아요, 피가. 이런 식으로 침을 놓는 사람은 처음 봤네요.”
이장훈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온정신을 집중하여 환자의 태향혈과 영천혈에 차례로 침을 꽂았다.
동작이 너무 신속해서 보고 있는 사람들도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순식간에 20개의 은침이 환자의 혈자리에 꽂혔다.
이장훈은 긴 한숨을 토하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다 된 것 같아요.”
하지만 그의 말과는 다르게 환자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한지훈은 저도 모르게 비웃음을 터뜨렸다.
“치료하기 전이랑 별로 달라진 게 없는데요? 뭐가 됐다는 거죠?”
조수연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그녀는 줄곧 환자의 반응을 살피고 있었는데 환자는 여전히 깊게 잠든 것처럼 보였다.
이미려는 다가가서 떨리는 목소리로 남편을 불렀다.
“여보, 빨리 정신 좀 차려봐. 여보! 우리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잖아. 이렇게 나 홀로 버려두고 가지 마.”
이때, 흰색 가운을 입은 의사가 병실로 들어섰다.
그는 환자의 몸에 잔뜩 꽂힌 은침을 보고 버럭 화를 내며 이장훈에게 따졌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당신 이 병원 의사도 아니면서 지금 환자에게 침술을 행한 건가?”
주칭의 양명준은 이 병원에서 유일하게 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엘리트였다.
그런데 얼굴도 모르는 남자가 허락도 없이 그의 환자에게 침술을 행했으니 화가 안 날 수가 없었다.
‘지금 자기가 나보다 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장훈은 양명준을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환자는 기절했을 뿐, 조금 있다가 깨어날 겁니다.”
기절?
깨어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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