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9장
그녀는 애써 웃음을 유지하며 그에게 말했다.
“걸어서 어린이집 가면 다른 학부모들이 비웃어. 차 타고 가면 체면이 살잖아.”
이장훈은 묵묵히 차키를 꺼내 버튼을 눌렀다.
삐빅 하는 소리와 함께 멀지 않은 곳에 세워진 롤스로이스 전조등이 깜빡였다.
이장훈은 아이를 안고 차로 다가가며 차게 말했다.
“우리 차 있어.”
김인영은 신형 롤스로이스를 바라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의 차보다 훨씬 비싸고 성능이 좋은 차였다.
김인영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차피 이장훈은 돈이 없을 거고 조수연의 차인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둘이 만난지 며칠이나 됐다고 이장훈에게 이렇게 좋은 차를 선물한단 말인가!
그녀는 재빨리 이장훈을 뒤따라가며 말했다.
“장훈 씨, 내가 잘못했어. 이렇게 사과까지 했잖아. 대체 뭘 더 원하는 거야?”
이장훈은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예령이를 태운 뒤, 다시 차 문을 닫고 뒤돌아섰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실망감과 분노가 묻어났다.
이 여자는 왜 뻔뻔하게도 이런 말을 쉽게 내뱉을 수 있는 것일까?
김인영도 짜증이 치밀어서 언짢은 말투로 말했다.
“예전에 이혼하기 전에는 내가 뭘 잘못해도 사과하면 잘 넘어갔잖아. 그런데 이번에는 왜 이렇게 속 좁게 구는 거야? 대체 내가 뭘 더 어떻게 하길 바래?”
이장훈은 차갑게 대꾸했다.
“당신도 말했잖아. 그건 이혼하기 전이었다고. 그때는 당신이 내 사람이고 내가 당신 남편이니까 그랬던 거지. 하지만 이제 우린 이혼했고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남이야! 내가 왜 당신을 용서해야 하지? 내가 뭘 바라냐고 물었어? 난 김인영 네가 멀리 꺼져줬으면 좋겠어!”
말을 마친 그는 차에 올라 시동을 걸고 자리를 떴다.
김인영은 수치심에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떠나는 이장훈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포기가 안 되고 억울했다.
자신에게 고분고분하던 이장훈의 모습이 떠올랐다.
자신을 위해 감옥까지 갔던 사람이 왜 지금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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