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9화

허가윤은 베개 밑에서 휴대폰을 꺼내어 화면에 표시된 한달 동안 연락이 오지 않았던 번호를 한참 동안 쳐다만 봤다. 심장박동수가 빨라지면서 입술까지 창백해졌다. 허가윤의 손가락은 거절을 누르고 싶었지만, 후과를 생각하니 온 몸이 떨렸다. 전화를 받을 때에도 목소리는 떨고 있었다. “여보세요......” “왜 이렇게 오래 지나서야 받아?” 상대방의 목소리는 엄청 가벼웠지만, 허가윤은 이미 숨을 멈춘 상태였다. 허가윤은 몸이 저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고, 말도 더듬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화장실 갔다가 듣지 못했어요.” “일은 어떻게 돼 가?” “두 사람은 이제 13일 후에 이혼 절차를 마무리하게 될 거예요.” “나영재가 이혼 후에 너랑 결혼할 거라 확신해?” 전화 저편의 남성의 목소리는 분명 듣기 좋은 목소리였다. 하지만 억양 때문에 저도 모르게 공포감이 스며들었다. “확신해요.” 허가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마에는 이미 땀방울이 송골송골 돋아 있었다. “나영재가 이미 우리 둘 사이를 가족에게 알렸어요. 이혼 절차가 끝나면 저랑 결혼할 거예요.” “알았어.” 남성은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나영재랑 결혼하고 나면 계획대로 움직여. 날 배신하겠다는 궁리를 했다가는 결과 알지?” 허가윤은 마음이 떨렸고, 온 몸이 오싹했다.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허가윤은 갑자기 뭔가 떠올랐는지 용기 내어 입을 열었다. “잠깐만요.” 상대방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를 쥐고 있던 허가윤의 손은 땀범벅이 되었다. “제가 차사고가 나고 다른 사람한테 몹쓸 짓을 당한 거 그쪽이 시킨 거예요?” 허가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상대방은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고 한 마디 했다. “난 손수 하는 걸 좋아하지 누굴 시키는 거 좋아하지 않아.” 허가윤은 갑자기 머리가 핑핑 돌아갔다. 오그라드는 손으로 휴대폰을 겨우 잡고 있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끊자, 허가윤은 휴대폰을 손에서 떨구었다. 혼신의 힘이 뭔가에 빨린 듯 소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