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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나영재는 대답하지 않고 무거운 걸음으로 병실을 나섰다. 그러고는 어두운 눈빛으로 하세훈의 말을 떠올렸다. 안소희... 설마 정말 안 회장님의 장녀인 걸까? 이런 생각에 잠긴 나영재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지사의 팀장을 보며 말했다. "허 팀장." 허 팀장은 곧바로 자세를 고쳐 섰다. 표정을 보니 설마 하 사장님과 얘기가 잘 안된 건가? "안진그룹 회장님과 약속 잡아." 나영재는 속을 알 수 없는 어두운 눈빛으로 서서히 입을 열었다. 허 팀장은 의문스러웠다. 그러고는 귀를 의심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 "안진그룹의 안 회장님 말씀입니까?" "그래." 나영재는 덤덤하게 대답하고 밖으로 걸어가며 안연희의 병실을 지나가면서 안을 힐끔 쳐다보았다. "하지만 안진그룹과의 프로젝트는 다 핵심 사업이 아닙니다." 허 팀장은 나영재가 비즈니스적인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으로 오해했다. "이런 상황에서 약속을 잡는 건 좀..." "그럴 거 없어." 나영재는 시선을 거두고 앞으로 걸어가며 벌써 안 회장님을 떠볼 계획을 세웠다. "안진그룹과의 협력이 좋았다고, 앞으로 더 깊이 협력하자는 일로 약속을 잡는다고 해." 허 팀장은 멈칫하더니 눈치를 슬슬 보며 복잡한 얼굴로 나영재를 바라보았다. "왜?" 나영재는 허 팀장의 이상한 안색을 눈치 챘다. "안진그룹과의 협력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허 팀장은 전에 일을 생각하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퍼센트에 관해 이야기할 때도 겉으로는 정중하고 공손했지만, 속으로는 서로 한 대씩 패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프로젝트는 그들만의 리그에 가까웠다. 하여 허 팀장은 협력하기 싫은 기업 1위에 안진그룹을 꼽고 있다. 너무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 나영재는 할 말을 잃었다. 서울 쪽 업무는 모두 분배해서 나간 거라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그럼 다른 이유를 찾아." "예." 허 팀장은 억지로 대답했다. 그러나 안소희는 나영재와 아버지가 곧 만나게 된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저녁 9시쯤. 안연희는 그제야 눈을 떴다. 눈을 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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