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8장

나는 도저히 그의 변덕스러운 성격을 참을 수 없어 결국 이를 악물고 그에게 말했다. “그렇게 화만 낼 거면 차라리 나를 죽여버려!” “내가 못 할 것 같아?” 하지훈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나를 문쪽으로 밀어붙였다. 그 순간 발목에 찌르는 듯한 통증이 몰려와 얼굴이 일그러졌고 순간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러자 하지훈이 차가운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왜? 무서워? 아까는 꽤 당차게 굴더니?” 나는 고개를 돌리고 흐르는 눈물을 감췄다. 그는 비웃듯이 쏘아붙였다. “갑자기 내 앞에서 약한 척하는 거야? 이런 수작이 나한테 먹힐 줄 알아?” 그가 이렇게 나올 줄 알았으면서도 그의 말에 내 마음은 또다시 아프게 찔렸다. 나는 서둘러 눈물을 닦고 그의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했다. 그의 싸늘한 눈빛을 마주하자 문득 내 안에 자조와 허탈함이 밀려왔다. 결국 나는 그저 숨겨진 애인이자 드러내지 못할 존재일 뿐이었다. 그런데도 방금 그에게 저항하고 화를 냈으니, 그가 이렇게 화를 낸 것도 당연했다. 그저 그가 화를 내면 조용히 받아들이고, 아무 말 없이 견뎌야 했다. ‘하지훈의 앞에서 나는 감정조차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까지 생각하자 마음속에서 솟아오르던 분노와 슬픔이 점점 희미해졌다. 나는 그를 향해 불만 섞인 눈빛을 거두고 차분하게 말했다. “네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어. 네가 내가 하석훈이랑 만났다고 생각하면 만난 거겠지. 네가 내가 일부러 전화를 안 받았다고 생각한다면 일부러 안 받은 거고. 그냥 네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해.” 하지만 내가 이렇게 순응했음에도 불구하고 하지훈의 얼굴은 더더욱 어두워졌다. 그의 눈빛엔 곧 터질 것 같은 폭발적인 분노가 가득했다. 갑자기 그는 차갑게 웃으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넌 항상 그래. 날 한 번도 달래주지 않고 한 번도 내 기분을 맞춰준 적 없잖아. 넌 나한테 진심이 하나도 없었어.” 그의 목소리는 분노와 원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대꾸할 틈도 없이 그는 나를 거칠게 끌어당겨 방 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