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1장
정신이 없는 와중에 왠지 달래는 듯한 말을 들은 거 같았다.
“그래, 그래. 착하지. 더는 안 물을게.”
꿈을 꾸고 있는 게 분명했다.
하지훈이 그런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달래줄 리가 없으니까.
‘절대 그럴 리가 없어!’
다음 날 아침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깼다.
나는 더 자고 싶었지만, 오늘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치자마자 잠이 확 달아났다.
부랴부랴 일어나려다가 온몸을 휘몰아치는 통증에 다시 침대에 주저앉았다.
핸드폰을 집어 들고 시간을 보니 6시 30분이었다.
다행히 어제 미리 알람을 맞춰놨다.
어젯밤 하지훈이 나를 그렇게 괴롭혔으니 알람 없이 제때 일어나기는 틀렸을 거다.
하지훈을 떠올리자마자 나도 모르게 옆을 힐끗 봤다.
‘없네.’
‘일찍도 일어났네.’
나는 뻐근함을 참으며 겨우 일어났다.
내려다보니 몸 곳곳에 흔적이 남아 있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겉보기엔 그렇게 냉정하고 금욕적인 사람이 왜 침대 위에서는 미친 사람처럼 변하는 걸까?’
‘고청하와 잠자리 할 때도 이렇게 광적일까?’
‘휴!’
‘안 돼. 생각하면 안 돼.’
고청하와 비교하는 순간 가슴이 미칠 듯이 아파왔다.
‘안 돼. 더는 이런 감정에 휘둘리지 말자. 열심히 돈 벌어야 해.’
나는 힘겹게 일어나 풀린 다리를 끌며 욕실로 향했다.
하지만 욕실 문을 열자마자 나는 순간 멍해졌다.
하지훈이 세면대에 기대 서 있었다.
그는 핸드폰을 쳐다보며 헐렁한 가운 차림으로 가슴의 손톱자국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시선을 피하며 물었다.
“아직 안 갔어?”
“전화 받고 있었어.”
그러면서 내 앞으로 다가와 깊고 어두운 눈빛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 시선을 따라 나도 고개를 숙여 내 몸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나는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뭐 그렇게 쳐다봐? 여자를 처음 본 사람처럼.”
사실 지금의 나를 보며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나 자신이 신기하기도 했다.
예전에는 샤워 후 잠옷을 깜빡하고 안 가져왔을 때 그가 방에 없는 틈을 타 잽싸게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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