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장

하지훈의 표정이 잠깐 굳어지더니 내가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에 물었다. “아까 클럽에서 나 좋아한 적 없다고 한 거 진심이었어?” 나는 순간 멍해졌다. ‘갑자기 왜 이런 질문을 하는 거지?’ ‘게임할 때는 관심도 없더니 이제 와서 다시 묻는 이유가 뭘까?’ ‘혹시 내 마음을 확인하고 나서 질문에 대답하려는 건가?’ ‘아니면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면 그걸로 나를 비웃으려는 건가?’ 혼란스러운 생각들이 머릿속을 채우는 가운데 하지훈이 갑자기 내게 다가왔다. “진심이냐고. 대답해!” 그의 따뜻한 숨결이 내 목에 닿자 온몸이 저릿했다. 나는 몸을 떨며 갑자기 그가 고청하와 키스할 상황을 피하려고 게임에서 빠져나갔던 모습, 그리고 그가 고청하에게 다정하게 신경 써주던 모습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모든 게 명확해졌다.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고청하뿐이었다. 내가 더 이상 바라는 건 그저 헛된 망상에 불과했다. 나는 가볍게 숨을 내쉬고 하지훈은 향해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진실 게임이었으니까 당연히 진심이지.” 하지훈의 눈이 순간 차가워지더니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넌 마음도 없는데 진심 같은 게 어디 있어?” 그의 웃음 속에는 원망이 서려 있었다. 내가 그 말의 뜻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하지훈이 갑자기 나를 침대 위로 밀었다. 순간 나는 깜짝 놀라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뭐 하는 거야?” 그는 셔츠 단추를 푸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너 이제 내 애인으로서 할 일을 해야지.” 그가 나를 향해 몸을 기울여오자 나는 본능적으로 그의 어깨를 밀어냈다. 하지만 순간 그에게 빚진 돈이 떠올랐고, 결국 힘없이 손을 내렸다. 그러자 하지훈은 비웃으며 말했다. “아까 네가 내가 널 좋아하냐고 물었지? 이제 대답해 줄게.” 심장이 요동쳤다. 나는 그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순간 내가 그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 하지훈이 내 셔츠 단추를 풀며 천천히 말했다. “난 너를 좋아한 적 없어.” 그 한마디에 모든 기대가 산산조각 났다. ‘하긴. 고청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