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3장

내가 답답함에 미간을 찌푸리자 육승현이 나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었다. 그 순간 고청하가 입을 가리고 웃으며 말했다. “어머, 승현 오빠 왜 이렇게 아영 씨만 노려요?” 그녀의 미소에는 뜻 모를 의미가 담겨 있었다. 순간 나는 하지훈의 차가운 시선이 다시 나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나와 마주 앉아 있었는데 그의 특유의 냉랭한 눈빛은 압도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숙이며 속으로 짜증이 치밀었다. 이때 육승현이 나한테 물었다. “아영아, 진실? 아니면 모험?” 나는 절박한 마음으로 조유라를 바라보았지만, 조유라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다른 사람들은 이미 나를 재촉하며 빨리 선택하라고 했고 나는 망설이다가 말했다. “진실게임 할게.” “오호...” 육승현은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럼 질문 들어간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이를 좋아한 적 있어?”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무의식적으로 하지훈을 쳐다봤다. 놀랍게도 순간 그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심장이 바닥까지 떨어졌다 오른 듯한 느낌에 나는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할 말을 찾지 못했다. 주위 사람들은 나를 재촉하며 빨리 대답하라고 했다. 이때 육승현이 내게 웃으며 말했다. “진실을 말해야 해. 아니면 나중에 벌받을 거야.” 나는 두 손을 비비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 순간 조유라는 육승현을 노려보며 화를 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질문이야!” 그러자 육승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면 나름 봐준 거야. 내가 침대에서 있었던 일을 물어본 것도 아니잖아.” “너!” 조유라는 얼굴이 빨개지며 화를 냈고 주위 사람들은 은근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때 고청하가 말했다. “그만해, 승현 오빠. 아영 씨 너무 놀리지 마. 당황하는 거 안 보여?” 육승현은 나를 힐끗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내가 보기에 당황한 것 같지 않은데.” “아, 아영 씨...” 이때 고청하가 갑자기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빨리 대답해 줘요. 아니면 승현 오빠가 계속 놀릴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