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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372장

하지훈은 침착하게 나를 노려보았다. 그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평소와 달리 나지막한 목소리로 나를 달랬다. “네가 얌전히 있으면 나도 더 이상 화내지 않을게.” 말을 마친 그는 이불을 다시 덮어주고 수건을 챙겨 나가려고 했다. 나는 급히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얼굴을 그의 등에 붙인 채 쉰 목소리로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의사는 싫어. 그냥... 네가 돌봐주면 돼. 지훈아, 한 번만 나를 돌봐주면 안 될까?” 아파서 그런지 마음이 약해진 걸로도 모자라 목소리마저 여리고 애틋함이 넘쳐흘렀다. 그가 나를 비웃을지 어떨지는 알 수 없었다. 초라한 모습으로 한 회사의 대표인 그에게 돌봐달라고 하는 내가 우스울 수도 있었다. 하물며 그렇게나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든 의사를 부르는 것만은 막아야 했다. 하지훈은 잠시 침묵하더니 내 손을 풀고 돌아서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널 돌봐주면 얌전히 내 말 잘 들을 거야?” 나는 다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얼른 이불속에 들어가서 얌전히 눕고 일어나지 마.” 나는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이불 속으로 들어가 순순히 누웠다. 하지훈은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아무 말 없이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욕실로 향했다. 하지만 잠시 후 의사가 올까 봐 나는 여전히 불안했다. 몸은 마치 큰 산에 눌리기라도 한 듯 무거웠고 눈꺼풀도 천근만근 무거워서 도저히 뜰 수가 없었다. 나는 눈을 감은 채 저도 모르게 신음을 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따뜻한 수건으로 내 발을 닦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부드럽고 세심한 손길은 혹시라도 내가 아플까 봐 신경 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눈을 떴다. 하지훈이 침대 끝에 앉아 있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그는 내 발을 다리 위에 올려놓은 채 고개를 숙이고 수건을 든 채 진지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발을 닦아주고 있었다. 머리가 터질 듯이 아팠던 나는 다시 통제되지 않는 눈꺼풀을 감았다. 의식은 다시 심연 속으로 빠졌다. 쿵쿵쿵! 갑자기 문 두드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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