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43장
남자는 한 손으로 전화를 받으면서도 다른 손은 여전히 내 옷 속에 두고 있었다.
그의 커다란 몸집이 나를 세면대와 그사이에 가둬놓고 있었다.
가까이 있어서 고청하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오빠, 화장실에서 왜 이렇게 오래 있는 거야? 곽 대표님이 좀 지루해하고 있어.”
“곧 갈 거야.”
“아영 씨는? 곽 대표님이 아영 씨랑 술 한잔하길 기다리고 계시는데.”
그러자 하지훈은 눈을 내리깔며 나를 바라봤다.
육승현이 말한 것처럼 하지훈은 나를 볼 때면 늘 눈에 불이 붙어 있는 듯했다.
하지만 성욕과 사랑은 결국 다른 문제였다.
“곧 데리고 갈 거야.”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내 마음은 순간 쿡 하고 아파왔다.
‘분명 아기를 낳기 위해 준비한다고 했는데... 그럼에도 결국 날 데려가겠다는 건가?’
하지훈은 내 옷 속에 있던 손을 빼고 넥타이와 셔츠의 주름을 정리하며 말했다.
“가자. 방으로 돌아가자.”
조금 전 느꼈던 오싹함은 금세 사라졌고 나는 조용히 내 옷을 정돈한 뒤 하지훈의 뒤를 따랐다.
화장실을 나서기 직전 나는 참지 못하고 그의 팔을 붙잡으며 다급히 말했다.
“하지훈, 농담 아니야. 나 진짜로 술 못 마셔.”
그러자 하지훈은 내 손을 내려다보더니 이내 손을 감싸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한테 술 마시라고 한 적 없어.”
“근데 왜 나를 다시 방으로...”
“곽태준한테 무슨 설명이라도 해야지. 걱정 마. 내가 옆에 있을 테니까 술을 마시게 하진 않을 거야.”
“정말이야?”
불안한 마음을 담아 나는 하지훈을 쳐다봤다.
그가 고청하 때문에 또 나를 무시할까 봐 두려운 것이다.
“정말이야.”
하지훈은 검은 눈동자로 나를 지그시 바라보며 말했다.
“아기를 낳아주겠다는 마음이 진심이면 난 어떻게든 널 지킬 거야. 하지만 설마... 곽태준이랑 술 마시기 싫어서 거짓말하는 건 아니겠지?”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나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그런 거 아니야. 그렇게 못 믿겠어?”
하지훈은 가볍게 웃었다.
“못 믿는 게 아니라 네가 거짓말을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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