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장
하지훈의 미간이 찌푸려지고 얼굴빛도 조금 어두워졌다.
그는 코웃음 치더니 물었다.
“내가 여신과 함께 있기를 그렇게 바라는 거야?”
나는 어이가 없었다.
‘뭐라는 거야? 여신과 함께 있기를 바란다니. 자기가 원래 여신과 함께 있으려고 했던 거면서. 설마 내가 여신에게 가지 말라고 하면 정말 가지 않기라도 할 건가? 허, 하지훈에게 증오받고 복수 당하는 내가 정말 그렇게 큰 권력이 있을까?’
마음속으로 자신을 비웃고 있을 때 하지훈이 갑자기 일어나더니 담배에 불을 붙이며 차갑게 말했다.
“빨리 다른 여자를 찾으라는 걸 보니 또 하석훈을 만나러 가는 거야?”
“아니야, 함부로 추측하지 마.”
여자들은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고 의심이 많다고 하던데 내가 보기에 하지훈이 더 심하다.
하지훈은 코웃음 치고 나서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는데 온몸에는 낯선 사람이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나는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렇게 음흉한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온순하고 어질고 선량한 척할 수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불가사의했다.
하지훈이 집을 나서자 나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대자로 침대에 누웠다.
그는 지금 변덕스럽게 변해 비위를 맞춰주기 어렵다.
하지훈이 언제 나에 대한 복수를 멈추고 나를 차버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사이에 저녁이 되었다.
집안의 가정부는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오영자가 나를 쳐다보며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길래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 물었다.
그녀는 나를 구석으로 끌고 가 하지훈을 많이 달래야 한다고 설득했다. 오후에 하지훈을 보니 안색이 어두워서 나갔는데 내가 나중에 하지훈에게 벌을 받을까 봐 걱정된다고 했다.
“남자들은 모두 달래야 해요. 대표님을 잘 달래야 아가씨도 잘살 수 있어요. 어쨌든 아가씨가 예전에 대표님에게 하신 일은 모두 사람이 할 일은 아니었으니깐요.”
나는 난감했다.
내가 하지훈에게 그 정도로 형편없었단 말인가?
내가 전에 그 남자에게 한 짓이 모두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고 오영자가 얘기해줄 정도라니.
‘휴.’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오영자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훈을 잘 달래면 화가 풀리고 나에 대한 미움도 풀릴지 모른다. 그러면 나를 놓아줄 테고 나는 가고 싶은 곳으로 가면 된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소매를 걷어 올리고 주방으로 갔다.
가정부의 도움으로 나는 마침내 그럴듯한 요리 몇 가지를 만들어냈다.
음식을 식탁에 올리고 난 나는 핸드폰을 꺼내 하지훈과의 대화장을 켜고 문자를 입력했다.
[언제 돌아와?]
그 뒤에는 여전히 변함없이 비위를 맞추는 익살스러운 이모티콘을 더했다.
이번에 그는 몇 분이 지나서 답장을 보내왔는데 딱 한마디였다.
[안 돌아가.]
나는 입을 삐죽거리며 속으로 돌아오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훈이 분명 여신과 함께 있을 거로 생각하니 내 마음은 다시 걷잡을 수 없이 시큰거렸다.
안 좋은 감정들을 훌훌 날려버리고 나는 오영자와 집사, 그리고 다른 가정부들을 불러 함께 저녁을 먹었다.
이것은 내가 처음으로 요리를 하는 것이니 낭비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다시는 요리를 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음식을 겨우 한 입 먹은 오영자가 그대로 내뱉더니 나를 향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아가씨, 특별히 대표님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드리는 거면 정성 좀 다하지 그랬어요?”
그 말을 들은 나는 화를 버럭 냈다.
“제가 왜 신경 안 썼다고 그래요? 그 사람에게 이 요리를 해주려고 내 손을 두 번 데었다고요!”
오영자는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신경 써서 소금 대신 설탕을 넣었어요?”
“네?”
“직접 드셔보세요.”
오영자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나는 믿지 않고 생선 한 점을 골라 입에 넣었다.
“윽...”
비리고 달았는데 짠맛이 하나도 안 나서 눈물이 날 정도로 맛없었다.
오영자는 또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대표님이 오늘 밤 안 들어오셔서 다행이에요.”
‘휴.’
내가 앞에 있는 몇 가지 그럴듯한 요리를 보며 깊이 반성하고 있을 때 갑자기 집 전화가 울리더니 집사가 나를 향해 말했다.
“아가씨, 누가 찾아요.”
나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일어섰다.
‘누군데 내 핸드폰 말고 유선전화로 전화하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