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4장
하석훈은 고준성을 돌아보며 말했다.
“잠깐 나가 있어요. 아영이와 할 말이 좀 있거든요.”
“알겠습니다.”
고준성은 가볍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갔다.
나가면서 내 옆을 지나칠 때 또 한 번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가 어딘가 의미심장해 보였다.
고준성이 나간 후 하석훈은 나를 대표실로 끌어당겼다.
“아영아, 일을 잘 해오고 있는데 왜 그만두려고 해? 이 회사의 대주주가 나라는 사실 때문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우리 친구잖아. 친구가 일자리 소개해 주는 게 뭐가 이상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달라.”
“뭐가 달라?”
“하지훈에게 약속했어. 다시는 너와 엮이지 않겠다고, 그리고 그 사람 앞에서 당당히 말했어. 절대 네 밑에서 일하지 않을 거라고.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해.”
“또 하지훈이야? 아영아, 할머니 사건으로 하지훈이 널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 사람은 널 다치게 하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이야.”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사실 내가 그만두려는 이유는 하지훈 때문만이 아니었다. 마음속 깊이 자리 잡고 있는 고집 때문이기도 했다.
나는 늘 이 일자리가 내 힘으로 구한 것이라 믿어 왔다. 하지훈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잘 살아갈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그런데 이제야 알게 됐다. 이 직장은 하석훈이 마련해 준 것이었다는 걸.
그 진실을 받아들이기가 너무 힘들었다.
한마디로 내가 너무 어리석었던 거다. 그 많은 힌트가 있었는데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니.
이 프로젝트도 그렇다. 며칠 안 된 신입에게 이런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긴다는 게 말이 되나?
나는 정말 바보처럼 그 모든 걸 내 능력으로 얻어낸 것이라 생각했다.
우스웠다. 너무나도 우스웠다.
마음이 너무 아팠다.
게다가 아버지 일까지 겹치니 내 마음은 완전히 무너질 것 같았다.
나는 슬픔을 억누르며 말했다.
“이 일 난 정말 그만두려고 해. 미안해.”
하석훈은 쓴웃음을 지었다.
“내가 나타나지만 않았어도 넌 계속 잘 지냈을 텐데. 아영아
링크를 복사하려면 클릭하세요
더 많은 재미있는 컨텐츠를 보려면 웹픽을 다운받으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
카메라로 스캔하거나 링크를 복사하여 모바일 브라우저에서 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