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9화 나를 약 올려?
“......” 부시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성준영은 부시혁의 안색을 눈치챈 듯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네 이혼 소식을 실시간 검색어에서 전해 들을 줄 상상도 못했네. 아내가 바람난 심경이 어때? 좋아?
“꺼져...”
“하하. 윤슬이 착해서 고지식한 너를 6년 동안 받아준 거야. 다른 사람 같았으면 진작에 이혼했어. 이 자식, 윤슬이 얼마나 소중한 줄 도 모르고.”
부시혁이 언짢아하며 말했다. “나는 윤슬을 사랑하지 않아.”
“맞다 맞아. 너 고유나 좋아하지?”
성준영은 대학 시절 고유나를 본 적이 있다.
당사자보다 제삼자가 더 잘 안다. 성준영은 고유나를 보자마자 만만치 않은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하필 부시혁이...
성준영은 윤슬의 인상이 나쁘지 않았다. 윤슬은 부시혁에 대해 잘 알고, 집안일도 잘하며 힘든 것을 마다하지 않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부시혁의 얼굴빛이 서서히 어두워졌다. “나 놀리려고 전화했어?”
“네 전 부인이 거액을 써서 비밀 창고 1층을 전부 빌렸어. 영광스럽게도 그 파티에 초대받아서 나는 이제 가봐야 되니까 그만 끝자.”
성준영은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부시혁은 무표정으로 핸드폰을 보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서류를 보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 비서가 갑자기 들어왔다. “대표님, 할머니께서 오셨습니다.”
......
그 시각 비밀 창고.
사실 윤슬은 성준영을 초대한 목적이 따로 있었다.
성준영이 부사장의 차남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줄곧 해외에서 일을 하다 이번에 천성 그룹과 계약을 맺기 위해 귀국한 것이다.
하지만 천성 그룹 사람들은 성준영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고 계속 거절했다.
윤슬은 이때가 바로 자신에게 기회라고 생각했다.
윤슬은 술잔을 들고 환하게 웃으며 성준영에게 다가갔다. “성 선생님 안녕하세요. 못 본 1년 사이에 더 멋있어지셨네요.”
성준영은 하얀 피부와 작은 눈에 웃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 “저는 윤슬 씨 보고 놀랐는데요? 제 앞에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분이 2년 전과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데요?”
윤슬은 술잔을 흔들며 웃었다. “사람은 변하기 마련이죠. 항상 앞을 보고 나아가야지 않겠어요?”
성준영은 윤슬에게 다가가 농담하듯 말했다. “저랑 부시혁이 절친인 거 알면서 왜 저를 초대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설마 제 잘생긴 외모에 반했나요?”
윤슬은 성준영이 장난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어 그의 비위를 맞춰줬다.
성준영은 가볍게 농담을 한 후 순식간에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리고 복잡한 눈빛으로 윤슬에게 말했다. “이렇게 훌륭한 여자를... 부시혁은 분명 후회할 거예요.”
윤슬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이미 끝난 사람 얘기 꺼내서 뭐해요.”
“맞아요. 앞으로는 우리 얘기만 합시다! 그럼 우리 같이 춤출까요? 성준영이 웃으며 윤슬에게 손을 내밀자 누군가 그의 손을 가로챘다.
유신우가 주스 한 잔을 들고 성큼성큼 다가와 성준영은 거들떠보지도 윤슬의 술잔을 주스 잔으로 바꿔주며 말했다. “누나, 술 많이 마시면 머리 아파요.”
성준영은 윤슬이 거리낌 없이 유신우의 주스 잔을 받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유신우의 잘생긴 얼굴과 기품을 보고 넋이 나갔다. 역시 인기 많은 모델이었다.
성준영은 부시혁의 비참한 앞날이 예상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