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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87화 불평하는 장 비서

윤슬은 남자가 셔츠를 수건으로 삼아 쓰자 갑자기 웃긴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웃질 못했다. 웃을 힘이 없어서 그녀는 그저 입꼬리를 한번 움직였다. 부시혁은 그걸 보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웃어?" "제가 참 복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재산이 몇조나 되는 대표가 저한테 시중들고 있잖아요. 그리고 몇천만 원의 셔츠를 수건으로 삼아 제 몸을 닦아주고 있는데, 안 웃겨요?" 윤슬은 남자를 보며 대답했다. 남자는 양복 외투만 입고 있었는데 단추를 세 개밖에 채우지 않아 부시혁의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그의 가슴 근육은 아주 탄탄했고 완벽했다. 거기에 방금 운동해서 그의 피부에는 분홍빛 자국과 땀이 나 있었다. 그래서 더욱 섹시해 보였고 남성미가 넘쳤다. 윤슬은 자기도 꽤 뻔뻔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소한 이런 부시혁을 보고도 전처럼 얼굴이 빨개지거나 눈을 피하진 않았으니까. 지금의 그녀는 아주 덤덤하게 그를 감상할 수 있었고 남자가 자기 몸을 닦아줘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만약 이전의 그녀였다면 절대로 이러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문제없었다. 아무튼 그녀는 움직일 힘이 없었고 몸이 끈적거리는 것도 싫었다. 그렇다면 아직 정신이 멀쩡한 이 남자한테 닦으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재산이 몇조 되는 남자가 하인처럼 시중을 드는 데 나쁠 게 뭐가 있겠는가? 최소한 그녀의 자존심과 허영심만큼은 아주 만족했다. 그리고 그가 전에 말했듯이 이미 서로 알몸을 본 이상 부끄러울 게 뭐가 있겠는가? '아무튼 마음대로 하라고 해. 이젠 귀찮아!' 부시혁은 윤슬의 말을 들으며 부드럽게 윤슬 몸에 있는 오물을 닦아주었다. "네 시중을 들어줄 수 있는 것도 내 복이지. 나한테 있어서 널 돌보는 건 비참한 게 아니야. 오히려 영광인걸. 심지어 평생 이러고 싶어. 셔츠랑 같은 가격의 수건을 사서 널 닦아줄 수도 있어." "됐어요!" 윤슬은 젖 먹는 힘을 다해 손을 들어 남자를 말렸다. "절 평생 돌보는 건 좋아요. 하지만 그렇게 비싼 수건은 필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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