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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24화 지금 바로 지워

혐오 가득한 윤슬의 말투에 부시혁은 그대로 멈춰 섰다. 한편, 윤슬은 머릿속이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부시혁이었다니. 그날 밤 그 남자가 부시혁이었다니! 그날 아침 그녀와 함께 누워있던 남자는 분명 부시혁이 아니었는데... 아직도 믿기지 않는 듯 윤슬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다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HJ라는 이름을 한 “낯선 이”에게 보이스톡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부시혁의 호주머니에 담긴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하...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기분에 손에 힘이 풀리고 스르륵 추락하던 휴대폰은 결국 침대 위에 떨어졌다. 정말... 정말 부시혁이었어... 그날 밤 그 남자가 정말... 부시혁이었어. 이불을 꽉 잡은 윤슬이 빨개진 눈으로 부시혁을 노려보았다. “왜 날 속인 거예요? 당신 장단에 놀아나는 내가 우스웠어요?” “그게 아니...” 하지만 잔뜩 흥분한 윤슬은 바로 부시혁의 말을 잘라버렸다. “일부러 그런 거 맞잖아요! 하, 그날 밤 난 술에 취했다지만 당신은 멀쩡했었잖아요! 나인 줄 알면서 왜 아무 말도 안 했어요? HJ라는 말도 안 되는 신분으로 나랑 연락까지... 도와줘서 고맙다고 인사할 때마다 뒤에서 실컷 비웃었겠죠. 자기가 잤던 남자가 누군지도 모르는 멍청한 여자라고!” 미친 여자처럼 울부짖는 윤슬의 모습에 부시혁이 미간을 찌푸렸다. “너 속이려고 한 적 없어. 널 비웃을 생각은 더더욱 없었고. HJ도 내 이름 이니셜이야. 내 다른 이름 한준인 거 알잖아!” 하지만 윤슬은 화가 나다 못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HJ? 그 이니셜로 어떻게 당신을 알아봐요?” 설령 HJ가 가르키는 바가 한준이라는 걸 눈치챘다 해도 이 세상에 한준이라는 사람이 부시혁 하나도 아니고 그를 바로 연상시키기에는 무리였다. 일리가 있는 윤슬의 말에 부시혁도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 내가 좀 심하긴 했지. 한편, 말문이 막힌 부시혁과 잔뜩 화가 난 윤슬을 돌아보던 임이한이 흥미롭다는 미소를 지었다. 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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