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화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잖아
길가에서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통화를 하던 윤슬은 순간 머리가 어지러워 휘청거렸다.
그 모습에 부시혁은 잔뜩 굳은 얼굴로 성큼성큼 다가가더니 거칠게 전화를 끊어버리곤 윤슬을 번쩍 안아 들었다.
“꺄악!”
갑자기 몸이 부웅 뜨는 느낌에 윤슬은 비명을 질렀다. 손바닥에서 미끄러지는 우산을 겨우 잡은 윤슬은 다른 한 손으로 남자의 셔츠를 꼭 부여잡았다.
“부시혁 씨, 내려줘요!”
하지만 부시혁은 그녀의 말을 깔끔하게 무시하곤 조수석 문을 벌컥 열더니 윤슬을 차 안으로 구겨 넣었다.
그 와중에 친절하게 벨트까지 해주는 남자를 보며 윤슬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부 대표님, 언제까지 이렇게 제멋대로 구실 거죠? 저는 대리기사를 부르든 택시를 타든 알아서 갈 테니 신경 끄세요.”
6년 동안 부부로서의 애정, 관심은커녕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못해 본 두 사람이다. 그런데 정작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고 나니 하루가 멀다 하고 마주치는 상황이라니. 이런 아이러니가 있나 싶었다.
아픈 게 분명한데도 고집스러운 윤슬의 표정에 부시혁은 왠지 모를 짜증이 치밀었다.
“지금 비 오는 거 안 보여? 이런 날씨에는 택시도 대리도 잡기 힘들어.”
“잡든 말든 제 일이에요.”
“윤슬.”
남자는 허리를 숙여 윤슬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차가운 기운이 윤슬의 온몸을 휘감았다.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좁은 차 안에서 더 이상 피할 곳도 없는 윤슬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돌렸다. 순간 부시혁의 등이 눈에 들어왔다.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그녀를 안아 차로 옮긴 부시혁의 등은 어느새 빗물에 흠뻑 젖은 상태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지만 윤슬은 억지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부시혁은 아무 말도 없이 안전벨트를 해주려 했고 윤슬은 그의 손에서 클립을 홱 빼앗았다.
괜히 마른침을 삼키던 부시혁이 입을 열었다.
“미안.”
“괜찮아요.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 걸요 뭐.”
윤슬은 방금 전 카드 게임 도중 한 대표가 했던 말을 떠올리며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부 대표님은 보기 드문 ‘성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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