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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3화 정신과 의사

하지만 부시혁은 고유나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다시 되물었다. “지금 회사에 있어?” “응. 지금 회사 로비야.” 작게 한숨을 내쉰 부시혁이 대답했다. “알겠어.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일단 회의부터 끝내고 다시 얘기하자.” 말을 마친 부시혁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리고 고유나는 하이힐 굽으로 바닥을 콱 내리찍었다. 이렇게 전화를 끊어버린다고? 이런 적은 한번도 없었잖아. 통화를 마친 부시혁이 다시 회의실로 돌아오자 속닥대던 사람들이 바로 입을 다물었다. 게다가 윤슬의 흥미로운 표정까지 보아하니 그가 나간 동안 부시혁과 고유나에 대해 떠들고 있었던 게 분명했다. 고유나 때문에 다른 사람의 가십거리가 되었다는 생각에 부시혁의 목소리가 더 무거워졌다. “계속하죠.” 그 뒤로 한 시간 뒤에야 회의가 끝나고 대표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여느 때처럼 윤슬이 가장 마지막으로 회의실을 나서려던 그때 부시혁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저 부르셨어요?” 발걸음을 멈춘 윤슬이 고개를 돌렸다. 부시혁이 건네는 파일을 받아든 윤슬이 고개를 갸웃했다. “고도식 기획안이야. 네 건 줄 알고 수정 좀 했는데... 한번 읽어봐. 앞으로 비즈니스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부시혁이 담담한 목소리로 해명했다. 빨간펜으로 가득 적은 주석과 의견을 적은 기획안을 펼쳐보던 윤슬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그리고 파일을 덮은 윤슬이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으로 부시혁을 바라보았다. “왜 이렇게까지 날 도와줘요?” 고도식의 기획안이 아니라 내 기획안인 줄 알고 이렇게까지 고쳤다고? 게다가 기획안 가득 적힌 주석과 의견만 봐도 얼마나 엉망인 기획안인지 알 수 있다. 그냥 버려버리지 왜 일일히 고쳐준 걸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윤슬의 질문에 부시혁이 살짝 고개를 숙였다. “너만 도와준 거 아니야. 다른 회사 기획안들도 전부 수정했어.” “아, 그래요?” 부시혁의 질문에 윤슬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굳이 내 것만 고쳐줄 리가 없지. “알겠어요. 열심히 읽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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