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42화 가소로운 발언

윤슬은 싸늘한 눈빛으로 류진영을 한번 흘겨보았다. “하지만 당사자는 물론 빈손으로 오셨네요. 그리고 제 회사에서 그렇게 오만하게 구셨는데, 그게 사고하는 태도인가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류 대표님이 빚받으러 온 줄 알겠어요.” ‘그러니까.’ 류진영 뒤에 서 있는 비서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류진영과 문을 나설 때부터 빈손으로 가면 안 될 거란 걸 의식하고 류진영을 설득했지만, 류진영은 듣지 않았다. 그래서 비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지금 윤슬의 말을 들으니, 류진영이 싸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선물이요?” 류진영은 윤슬 방금 한 말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눈을 가늘게 뜨고 윤슬을 응시하며 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윤슬 씨가 보기엔 내가 사과하러 온 게 아니라, 빚받으러 온 거처럼 보여요?” 윤슬은 덤덤하게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빚받으러 온 건 아니지만, 태도가 그렇다는 거죠. 솔직히 아무리 봐도 사과하러 온 것 같지 않네요. 사과하려면 최소한 성의가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지금 사과하는 것도 시혁 씨가 류씨 가문과 결렬할 거란 걸 아니까, 온 거잖아요.” 류진영은 주먹을 꼭 쥐채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얼굴을 보니 윤슬의 추측이 틀림없었다. 윤슬은 두 다리를 꼬고 우아하게 소파에 기대었다. “하긴 이 일이 일어난 지 이렇게 오래 지났는데, 만약 정말 사과할 뜻이 있었다며 벌써 했겠죠. 그런데 계속 조용하다가 시혁 씨가 류씨 가문과 결렬하겠다고 하니까, 이제야 찾아오시네요? 아무리 봐도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 같지 않아요. 오히려 어쩔 수 없어서 사과하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류 대표님의 태도도 너무 오만하다는 느낌이 드네요. 사실은 전혀 사과하고 싶지 않으시죠?” 윤슬은 마치 오늘 날씨가 참 좋다고 감탄하는 것처럼 태연한 얼굴과 평온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녀가 뱉은 매 한 마디가 마치 가시처럼 류진영의 심장을 찔렀다. 그리고 류진영의 남모를 생각이 철저하게 드러나자, 그의 안색이 여러 차례 바뀌는 게 너무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