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장
진영이 옷가지를 가져온 줄 알고 곧장 걸어나왔던 염정훈은 그제서야 임성결을 발견했다.
그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서정희를 쳐다보더니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손님이 있었어?”
서정희는 잠옷을, 염정훈은 수건을 두르고 있는 건 아무리 봐도 부부 사이에 더없이 일상적인 모습이었다.
오해의 여지가 충분한 상황에 임성결도 눈치가 없는 사람이 아니라 선물 세트만 내려놓은 채 황급히 떠났다.
서정희는 별다른 해명은 하지 않았다. 임성결은 엮여들면 들수록 위험해질 테니 이런 결말이 임성결에게도 자신에게도 좋은 끝이었다.
염정훈은 차가운 눈으로 선물 세트를 쳐다봤다.
“내가 통이 덜 컸던 건가?”
2천억의 위자료는 셀수도 없는 돈이었다.
서정희가 대답했다.
“조금 있다가 폐지 거두러 오는 할아버지한테 드릴게.’
염정훈은 코웃음을 쳤다.
“자주 오나 봐?”
“감기 걸렸을 때 온 적 있어.”
“다음은 없어.”
염정훈의 목소리는 단호하고 날카로웠다.
멈칫한 서정희는 순종적이게 대답했다.
“응.”
염정훈이 준비를 마치고 떠나려고 할 때, 서정희는 끝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레오 말이야.”
“찾으면 알려줄게.”
문이 닫혔다.
염정훈에게 있어 사람을 찾는 일은 더없이 쉬운 일이었다.
이제 서제평에게도 희망이 생겼다.
서정희는 소파에 주저앉아 고개를 젖힌 뒤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오후.
임성결은 집에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그의 아버지는 현재 해외에 나가 연수할 기회가 있다고 전했다. 몇 년 있다가 돌아오면 곧바로 원장의 자리를 넘겨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안해요, 아버지. 당분간은 출국할 생각 없어요.”
“이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데. 내가 얼마나 애를 써서 얻은 기회인 줄 알아? 전국에 자리가 딱 세 개 뿐인 거란 말이야.’
임성결은 비웃음을 내뱉었다.
“염정훈이 준 기회겠죠.”
“너와 염 대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 지는 모르겠지만 염 대표가 직접 나한테 이야기해준 거다. 넌 네 스스로를 위해 생각하지 않더라도 집안을 위해서, 네 동생들을 위해 생각해야지.”
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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