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76장

두 사람은 예전처럼 차 마시고, 쇼핑하다가 영화를 보면서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 영화가 끝나자 민경은 하품을 했다. 이때 하위현이 고급차를 가지고 서정희를 데리러 왔다. “정희 씨, 지금 갈 거예요?” 서정희는 차체를 훑으면서 물었다. “차는 어디서 구했어요?” “임대한 거예요. 임대료가 싸더라고요. 택시 타면 불편할 것 같아서 이 차를 임대했어요. 얼른 타세요. 밖에 눈보라가 심해요.” 서정희는 진아영에게 차에 타라고 손짓했다. 민경은 그녀의 품에서 이미 잠들었다. 하위현은 크고 작은 물건들을 트렁크에 넣으면서 친절하게 물었다. “어디로 모셔다 드릴까요?” “저......” 진아영은 머뭇거렸다. 그러자 서정희가 물었다. “예전에 살던 곳에서 살아?” “응.” 진아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안전벨트를 잘 하십시오. 출발합니다.” 밖에는 눈보라가 갈수록 심해졌고, 거리에 사람들도 점점 줄어들었다. 서정희는 진아영이 넋을 잃은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지만 그녀는 아무 일도 없다고 답했다. 진아영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분명했다. 서정희와 진아영은 고등학교 때부터 붙어 다녔기에 서정희는 그녀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늘 활기가 넘쳤던 진아영이 말도 안 하고 넋을 잃는다는 것은 남자와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진아영이 정준기를 좋아할 때도 주변을 들썩였다. 진아영이 답하기를 거부하니 서정희도 더 이상 캐물을 수가 없었다. 우선 진아영을 바래다줬고, 그녀는 애써 웃으면서 인사했다. “애가 잠 들었으니 얼른 가.” “며칠 후면 크리스마스인데 그때 볼까?” 진아영의 얼굴에 실망스러운 기색이 엿보였다. “그때 가서 보자. 어쩌면 너무 바빠서 시간이 안 날 수도 있으니까.” “알았어. 내 번호 저장하고, 시간 되면 연락해.” “응. 얼른 가.” 서정희는 차 문을 닫고, 백미러로 진아영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제자리에 서서 차가 멀어져가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봤다. 그런 진아영의 모습을 보니 서정희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