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60장

이 말을 뱉고 난 서정희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동안 약물 치료로 다져진 의지력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진즉 참을 수 없었을 것이다. 염정훈은 약 때문이란 것을 알면서도 부끄러워하는 서정희의 모습을 보고 심장이 빨리 뛰었다. “그래요. 돌아서 있을게요.” 염정훈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보았다. 불빛이 없는 어두침침한 밤바다 위에 헬기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늘 밤 진짜 파티는 이제 시작이었다. 십분 쯤 지났을 때 등 뒤에서 끙끙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염정훈이 급히 몸을 돌렸다. 서정희는 볼이 발개져 눈망울이 촉촉하게 변했고 눈가마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지독하게 섹시했다. “정희 씨, 괜찮아요?” 서정희는 욕조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다리와 손에 조금의 힘도 들어가지 않았고 온몸이 녹아 내리는 듯했다. 겨우 일어났지만 바로 넘어졌다. “조심해요!” 염정훈이 재빨리 손을 뻗어 서정희를 붙잡았다. 서정희는 염정훈의 몸을 끌어당긴 채 욕조에 쓰러졌다. 다행히 염정훈이 서정희의 뒤통수를 손으로 감싸고 있어 머리를 부딪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몸이 물에 젖은 채 꼭 밀착되었다. 서정희는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본능에 이끌려 그의 목을 감았다. 몸도 점점 염정훈에게 달라붙었다. “저 너무 힘들어요.” 염정훈은 다른 손동작 없이 그저 서정희를 꼭 그러안고 있었다. “알아요.” 그도 이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주사를 맞지 않았더라면 자제력이 뛰어난 그도 못 버티고 무너졌을 것이다. 그러는 서정희는 어떻게 물리적인 방법으로만 체온을 낮출 수 있을까? 염정훈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꼭 안고 마음의 위로를 건네며 조금이나마 괜찮아지게 하는 것이었다. 서정희는 볼을 그의 차가운 가면에 붙이고 불안한 듯 이리저리 몸을 비볐다. “성훈 씨, 저 못 참겠어요. 어쩌죠…” 서정희는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너무 힘들어 미치겠어요. 차라리 죽는 게 더 낫겠어요.” 염정훈이 거친 손으로 부드럽게 뺨을 쓰다듬으며 소리없이 한숨을 내쉬었다. “알아요. 저도 알아요.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