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장
염정훈은 손을 뻗어 서정희의 이마를 만지려했지만 서정희는 무의식적으로 그손을 휙 피했다.
“자제하시죠, 염정훈 씨.”
“난 그냥 아직 열이 나나 확인하려던 것 뿐이야.”
염정훈의 해명에 서정희는 조롱하듯 웃었다.
“염정훈 씨, 우습다는 생각 안 들어? 날 욕실에 묶어놓고 찬물을 끼얹은건 당신이잖아. 세살짜리 애도 아니고, 그런 짓을 저지른 결과가 어떻게 될 줄 몰랐어? 내가 감기에 걸려 열이 날 걸 진작에 알았으면서 이제 진짜로 열이 나니까 이러는 건 누구 보여주려고 연기하는 거야?”
“난 네 몸이 이렇게 나빠진 줄 몰랐어. 네가 열 한 번 난다고 목숨이 위험해줄 질은 더더욱 몰랐고.”
서정희는 더 크게 웃음 지었다.
“모른다고 해서 뭐가 바뀌어? 너랑 난 이미 이혼한 마당에 아직도 애정 깊은 척하는 염정훈 씨 꼴 보니 속이 다 역겹네.”
서정희는 염정한이 왜 이곳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지금 그녀의 신분으로는 확실히 염정한과 오랜 시간 함께 있는 건 적절하지 않았다.
이성을 회복한 그녀는 딱 달라붙어 있는 염정한은 슬쩍 밀어냈다. 그런 뒤 덮고 있던 이불을 젖히고는 팔에 꽂힌 바늘을 뽑았다.
지혈을 하지 않아 작은 상처에서 쌀알만한 피가 흘러나왔지만 서정희는 눈썹 한 번 찌푸리지 않았고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너…”
서정희는 기운 없는 몸을 지지하며 천천히 땅에 발을 디뎠다. 차가운 눈빛은 결연했고 꼿꼿하게 등을 세운 그녀가 또박또박 말했다.
“염정훈, 바람을 피운 건 너야. 이혼을 하겠다고 한 것도 너고. 만약 네 동생이 죽은 그 한을 도저히 넘길 수 없다면 내 목숨으로 갚아줄게.”
말을 마친 그녀는 훌쩍 뛰더니 그대로 빠르게 옆에 있는 베란다 위로 기어올라갔다.
병실은 7층으로 떨어지면 죽지 않아도 크게 다치는 건 분명했다.
염정훈은 서정희가 이렇게 극단적인 짓을 저지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정희야, 진정해!”
서정희는 얇은 털 잠옷에 맨발 차림이었다. 시린 바람이 격하게 불어와 흰 커튼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눈꽃이 혈색 없이 창백한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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