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86장

심여정과 서정희의 온화한 분위기는 전화정 모자와 완전히 대조를 이루었다. 전화정은 처음에는 살짝 긴장해 사방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몰래 염승하에게 물었다. “아들, 대체 무슨 수로 할아버지를 설득한 거야?” 어르신의 고집이 얼마나 센지 전화정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염승하는 짧은 시간 안에 단 몇 마디로 어르신의 고집을 꺾었다. 어떻게 한 것일까? “어머니, 당연히 방법이 다 있죠. 어쨌든 어머니는 더 이상 걱정하지 마시고 염씨 집안 사모님 자리에 잘 계시면 돼요. 앞으로 어머니가 이 큰 저택의 주인이 될 테니까.” 자신만만한 염승하의 모습에 전화정의 배짱도 점점 커졌다. 염승하의 말을 검증하기 위해 그녀는 특별히 오 집사에게 이것저것 시켰다. 이 집안에서 오 집사가 곧 어르신의 뜻을 대표한다는 것을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 집사조차 그녀의 지시를 공손한 태도로 받아들이자 전화정은 완전히 안심했다. 이제 그들의 세상, 마음껏 행동할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집안의 안주인이 된 듯 점점 더 함부로 행동했다. 그리고 예전 같으면 반지 하나도 전화정과 아웅다웅 다투던 심여정은 마치 일부러 그녀를 피하는 듯 전화정이 무엇을 하든 심여정은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았다. 모두 다 같이 별장에 살고 있었지만 별장이 너무 커 일부러 피하려 하면 확실히 만나기 어려웠다. 심여정이 겁먹고 자기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 전화정은 점점 더 대담하게 행동했다. 한편 항상 전화정의 편만 들던 염성진은 여기에 온 후부터 왠지 고구마 열 개를 삼킨 듯 마음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 예전의 염성진 눈에 전화정은 항상 부드럽고 철이 든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전화정이야말로 사람을 몰아붙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어르신과 염승하가 도대체 무슨 조건으로 그들을 집에 들였는지 염성진은 모르고 있었다. 그가 염승하에게 물었을 때, 염승하는 그저 웃으며 여기에 잘 있으면 된다고 할 뿐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생신 잔치도 점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