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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6장

백지연은 그제야 자신이 함정에 빠졌다는 걸 알아챘다. 계속 따진다면 사람들에게 자신이 그 내연녀라는 걸 인정하는 꼴이 아니던가? 그 말은 서정희가 염정훈의 전처라는 것을 밝히는 꼴이었다. 그녀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었다. 백지연은 황급히 표정을 풀며 몰래 전아영을 향해 눈을 부릅떴다. “제가 언제 화를 냈어요. 다만 이런 장소에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건 부적절하지 않을까요?” 전아영은 그 말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오히려 더 호쾌하게 말했다. “그 내연녀가 남의 남자 침대에 기어오르고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제가 무서울 게 뭐가 있겠어요? 백지연 씨, 이렇게 공감을 잘하는 거 보니까, 설마 그쪽도 그런 적 있는 거예요?” “전아영 씨.” 염정훈의 불쾌함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특히 그 칠흑같이 어두운 눈동자는 섬뜩할 정도라 전아영은 조금 움츠러들었다. “예, 예, 예. 백지연 씨는 염 대표님같이 대단한 남자가 있는데 어디 다른 남자 침대가 눈에 들어오기라도 하겠어요? 기어오르려면 당연히 염 대표님의 귀한 침대에 올라야겠죠.” 그 말이 나오자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고 해도 전아영과 백지연의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이건 지금 돌려 까고 있는 것이지 않은가. 하지만 양윤범은 예민하게 한 가지를 알아챘다. 염정훈 같은 거물이 어떻게 전아영의 이름을 알고 있는 걸까? 서정희는 다른 사람들처럼 마음을 졸이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그녀는 전아영이 감히 염정훈도 비웃을만큼 간이 크다는 것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녀는 염정훈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 사람에게 보호를 받을 땐 눈에 거슬리는 존재는 어떤 것도 용납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서정희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 “어쨌든 지나간 일은 지나간 거고, 죽은 사람은 다시 못 돌아오니까 다들 그만 물어봐. 결혼 생활을 배신한 남자는 언급할 가치도 없지.” 서정희의 한 마디는 이야기를 끝어와 다들 더 묻을 수가 없었다. 전아영은 아예 박수치며 환호할 기세였다. 참 속 시원한 반격이었다! 백윤아는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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