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85장
염정훈이 발걸음을 멈추어 서있자 헬퍼가 다가와 물었다. “대표님, 이 드레스가 마음에 드세요? 백 아가씨 사이즈랑 안 맞을 것 같긴 한데 한번 입어 보셔도 돼요. 결혼식까지 아직 시간 있으니까 사이즈에 맞게 바꿀 수 있어요.”
염정훈은 조용히 들여다보다 결연히 자리를 떴다. 서정희에게 빚진 게 어디 결혼식 한 번 뿐일까. 어디 드레스 한 벌 뿐일까.
서정희에게 빚진 것은 평생을 갚아도 다 갚지 못할 것이다.
염정훈은 백지연이 골라준 예복으로 갈아입었다. 헬퍼가 발끝에 앉아 바지 밑단을 정리해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대표님 진짜 멋있으세요. 외모 뿐만 아니라 풍기는 아우라까지. 옷걸이도 어쩜 이리 멋있는지. 백 아가씨와의 결혼식은 모든 사람들이 주목할 만한 결혼식일 거예요.”
염정훈은 정장을 많이 입어봤지만 결혼식 예복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그 상대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염정훈의 미간이 풀어질 줄 몰랐다. 헬퍼가 조심스레 옆에 다가갔다.
“대표님, 어디 마음에 안 드시는 거라도 있으세요? 뭐든 얘기만 해주세요. 아직 시간이 남아있으니 모두 수정할 수 있어요.”
“됐어요. 이거랑 아까 본 드레스로 할게요.”
“네.”
염정훈이 나오자 백지연은 이미 드레스를 벗고 휠체어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정훈 씨, 레스토랑 예약했으니까 같이 점심 먹어.”
염정훈이 시계를 보고 대답했다. “이따가 미팅 있어. 혼자 먹어.”
“정훈 씨.” 백지연이 손을 뻗어 염정훈의 옷소매를 붙잡았다. 백지연이 한껏 긴장한 기색으로 물었다. “우리 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는 거지?”
지난 달에 하기로 한 결혼식을 염정한이 위험하다는 이유로 또 한 달을 미루었다.
혼인 신고를 하기로 한 것도 차일피일 미루어 백지연은 점점 불안해졌다.
염정훈이 팔을 빼내고 냉담하게 대답했다. “응. 이미 준비 다 해뒀으니까 걱정 마. 먼저 갈게.”
말을 마친 염정훈은 뒤돌아보지도 않고 떠났다. 백지연은 떠나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염정훈을 붙잡을 수 있는 건 약속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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