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01장

염화진이 염정훈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래. 이런 생활 참을만큼 참았어. 그래서 도망쳤어. 바깥 세상 좀 보고 싶어서. 그냥 그때의 내가 너무 순진했을 뿐이야. 이 세상에서 엄마만 빼고 다른 사람들은 다 착하다고 생각했어…” 여기까지 마친 염화진이 말을 더이상 이어가지 않았다. 염정훈이 계속 물었다. “엄마야 널 상처줬다쳐도, 정희는 너랑 무슨 원한이 있어서 정희한테 그렇게까지 한건데?” “정희, 정희.” 서정희의 이름을 거론하자 염화진의 눈빛이 차갑게 돌변했다. 감정 기복이 심해진 염화진이 염정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내가 오빠 너를 찾아간 적이 없다고 생각해? 그때의 넌 눈에나 마음에나 이 동생이 있긴 했어? 네 마음엔 온통 걔 뿐이었잖아. 나한테 했듯이 걔한테 웃어주고 걔를 아껴주고. 걔는 얼마나 환하게 웃던지…” 애써 참았던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염화진이 실성한 듯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동안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알아? 오빠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내가 뭘 겪었는지 알기나 해?” 따뜻한 눈물이 염정훈의 손등에 떨어졌다. “내가 그 어두운 감옥같은 곳에서 도망쳐서 죽을 힘을 다해 오빠를 다시 만났는데, 오빠는 서정희만 아끼고 사랑해주고. 오빠 동생은 나 뿐인데, 오빠는 나만 사랑할 수 있는데!” 염화진의 눈빛에 집착이 가득했다. 염정훈한테는 너무나도 익숙한 눈빛이었다. 자학 성향의 엄마한테서 이런 눈빛을 본 적이 있었다. 엄마가 발작할 때마다 이런 눈빛이었다. 정신 질환은 유전이 된다는데, 염화진이 어릴 적부터 엄마의 그늘에서 살아와 이러한 성향을 보이는 걸까? “진아, 넌 내 동생이야, 내 가족이란 뜻이야. 정희는 내 와이프고 네 새언니니까 네 가족이기도 해. 그러니까 당연히 정희를 사랑해줘야지. 미워하는게 아니라.” “사랑? 내가 왜 나랑 아무 상관도 없는, 혈연 관계도 없는 낯선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데? 걔는 뭔데 오빠 옆에서 그렇게 환하게 웃는 건데?” 염화진이 주먹을 움켜쥐었고 눈빛은 점점 더 차가워졌다. “그래서 나는 걔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