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장
서정희는 의자에서 일어서는 동작마저도 비틀거렸고 이런 본인의 모습에 그녀는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부터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었어요. 나... 그 사람 못 놓아요.”
임성결은 눈물로 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대신 닦아주고 싶었지만 그렇다 할 명분이 없는 그로서는 그저 그녀를 조용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눈물이 볼을 타고 뾰족한 턱으로 흘러내렸다. 서정희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생각도 하지 않고 쓴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 지금 추한 거 알아요. 하지만 살아서 그 사람이 다른 여자랑 결혼하는 거, 나 못 봐요. 분명 지금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게 되겠죠. 삶의 의의를 잃었는데 죽느니만도 못한 삶을 계속 살아서 뭐 하겠어요.”
“최근 한 단락의 말을 보았어요. 만약 한 사람과 절대 잘 되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고 또 그 사람을 무척 사랑한다면 과정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결과를 선택할 것인가, 그것도 아니라면 돌아서 갈 것인가...”
서정희는 자조적으로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만약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난 반드시 돌아서 갈 것을 선택했을 거예요. 하지만 운명이라는 게 있잖아요. 난 염정훈한테 벗어 못 나요. 최종 합의를 보았어요. 한 달 동안 저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한 달 뒤에 이혼하기로. 그때가 되면 선배가 말했던 그 세계, 보러 갈 거예요.”
임성결은 그녀가 오른손으로 왼팔의 어깨를 감싸고 비틀거리며 힘겹게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것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문득 그녀가 발걸음을 멈추더니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입을 열었다.
“선배, 고마워요. 나를 위해 애써준 모든 거. 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선배한테 어울리지 않아요. 선배가 훨씬 아깝다는 말이에요.”
그녀는 차가운 복도를 천천히 걸어갔다. 밖에는 함박눈이 흩날렸고 그녀의 뒷모습은 그렇게 점점 멀어졌다.
임성결은 그녀를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고 유리창 너머로 그녀가 절뚝이며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의 입가에 쓴웃음이 옅게 걸렸다. 이미 이렇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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